영어를 시작하는 단계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라면 한번쯤 '내 손으로 가르쳐볼 순 없을까'라는 고민을 해 본다고 한다.
학창 시절 영어 공부를 적어도 6~10년은 했기 때문에 입문 단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품어본다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서점에 나가 책을 고르고, 인터넷을 뒤져 선배 학부모들의 경험담을 충분히 익힌 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공부를 시작한다.
그러나 막막함이 앞선다.
수업에는 교안이 필요하고 진도 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보통의 학부모에게 이런 경험이 있을 리 없다.
어렵사리 대강의 학습 계획을 짜서 한두 시간 공부를 함께 하지만 먼저 지치는 건 학부모다.
다음 수순은 당연히 괜찮은 학원을 찾아 보낸 뒤 손을 들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가 가정에서 함께 하는 영어 공부는 아무리 전문 학원이라도 갖추기 힘든 장점이 많다.
시간 제약이 없다는 점, 학습 과정에서 나타나는 아이의 반응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는 점, 이를 토대로 학습 계획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당연히 투자해볼 만한 일이다.
한두 번에 포기해서는 곤란하다.
학부모가 먼저 지도 방법이나 내용 등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듣기와 말하기 공부를 했다면 배운 내용을 자녀가 재구성해 표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회화 실력이 부족하다면 사전에 아이와 나눌 대화 내용을 교재에서 발췌해 문장으로 만들어 두었다가 활용하는 방법이라도 써야 한다.
먼저 듣기와 말하기 위주 교재 학습을 할 때 학부모의 역할을 알아보자. 선행돼야 할 것은 교재의 내용(스토리)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다.
번역(Translation)이 아니라 독해(Reading Comprehension)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학부모들은 독해라고 하면 흔히 문장에 나와 있는 단어를 암기하고 주어, 동사를 찾아 문장 구조를 분석한 다음 한국어로 번역하는 방식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으로는 영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려놓기 십상이다.
아이들은 분석력이 약하기 때문에 문장의 구조를 찾아내고 의미를 읽어내는 식의 학습은 적절하지 못하다.
암기와 분석에 치중하기보다는 흥미로운 그림과 소리, 문장을 통해 상상력과 이해력을 자극해 교재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해시키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선 아무리 흥미로운 그림과 소리가 있다고 해도 이제 막 영어를 시작한 아이가 어떻게 여러 단어로 구성된 문장을 읽고 의미를 파악해낼까 의문스러울 것이다.
전체 내용은 그림과 상상력을 동원해 대충 이해한다고 해도 문장 하나하나에 대한 이해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때 학부모가 한국어로 번역해 아이의 이해를 도와주는 것은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보다는 다른 영어 문장을 동원해 그 문장의 구조를 익힐 수 있도록 해 주는 편이 낫다.
언어 습득에 자질이 뛰어난 어린이라면 반복되는 듣기를 통해 문장 구조를 스스로 체득해나갈 수도 있지만 이는 드문 경우. 대부분 어린이들은 'Sight Words(High Frequency Words)'와 'High Frequency Phrase' 학습을 통해 빠른 성취를 유도해낼 수 있다.
'Sight Words'란 문장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들로 an, is, he, the, to, and, it, of, was 등을 말한다.
이런 단어들은 대부분의 문장에 등장하기 때문에 의미와 역할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해 놓으면 스토리북을 읽을 때 크게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is'는 한국어로 '~이다'라고 설명하기보다 'is'가 사용된 비슷한 형태의 문장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의미를 이해하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다른 문장에서도 자연스럽게 단어들의 역할을 읽어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High Frequency Phrase'의 경우 인위적이긴 하지만 영작과 회화 실력을 쌓는 데 활용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Sight Words(High Frequency Words)'와 'High Frequency Phrase'에 대해 다루는 교재들도 많이 나와 있으므로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김도경(세인트폴 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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