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 '궁극의 세계'라는 개념을 생각하여 경험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뛰어 넘어 만물에 정령(精靈)이 있는 물활론(物活論)을 도입했다.
여기서 '궁극의 세계'란 신만이 아는 참 세계이며, 인간은 다만 그 그림자의 일부만 경험할 수 있는 세계로서 모든 세속적 의미를 배제한 영원의 세계를 의미한다.
그는 '궁극의 세계'는 근본적으로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의 네 가지 요소가 융합되어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이는 인간이 삶에 있어서 느끼고 경험하고 활용하는 속적인 것이 아니라 궁극의 세계에서나 성립하는 '참 땅', '참 물', '참 불', '참 바람'을 뜻한다고 했다.
플라톤은 지수화풍의 표상으로서 정3각형, 직각3각형, 이등변3각형, 부등변3각형을 각각 잡았다.
정3각형은 가장 안정적인 3각형으로 땅의 바탕이라고 보고, 직각3각형을 물의 정령, 이등변3각형은 불의 바탕 형태, 부등변3각형은 아무렇게나 기울어진 모양이 바람처럼 정형적이 아니어서 바람의 심볼로 하기에 합당하게 보인다.
지수화풍에 대한 플라톤의 심볼은 평면도형으로는 3각형이었지만 입체도형으로는 정다면체이다.
정다면체는 각 면이 정다각형인 입체로서, 정4면체, 정6면체, 정8면체, 정12면체, 정20면체의 5종류뿐이다.
이 중 정6면체, 정12면체는 각각 그 면이 정4각형, 정5각형이고, 나머지 세 개는 그 면이 정3각형이다.
플라톤은 정6면체, 정20면체, 정4면체, 정8면체를 각각 지, 수, 화, 풍의 상징이라 하였으며, 정12면체는 우주전체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정다면체의 신비에 매료된 사람으로는 천체의 운행 법칙을 발견한 케플러가 있다.
케플러는 신비주의 내지는 종교의 시대로부터 과학적 사고의 시대로 건너가는 경계를 형성한 사람이다.
그는 어떤 아이디어를 생각할 때 옛날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많이 참고하고 연구했다고 한다.
플라톤은 왜 지수화풍에 대한 입체 심볼을 각각 정6면체, 정20면체, 정4면체, 정8면체라고 하고, 우주전체는 정12면체라고 하였을까.
이에 대한 케플러의 설명에 따르면, 정6면체는 가장 안정적이므로 땅에 비유되고, 정8면체는 팽이처럼 쉽게 돌 수 있어서 바람에 비유된다.
또 입체의 표면적에 대한 체적의 비가 곧 물의 양과 관련지어져 있다고 믿고, 그 비가 가장 작은 것이 정4면체이고 가장 큰 것이 정20면체라고 생각하였는데(이것은 케플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물기가 가장 많은 정20면체를 물로, 가장 적은 정4면체를 불로 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12면체는 열두 개의 면이 황도십이궁(黃道十二宮)의 자리에 대응된다고 하여 우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물과 불과 바람은 땅에 선행하는 요소이고 땅은 우주라는 개념에 선행한다.
수가 3, 4, 5의 순서로 배열되듯이, 정다면체가 각 면이 3각형일 때 수, 화, 풍에, 각 면이 4각형일 때 지에, 각 면이 5각형일 때 우주에 비유할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 사람들은 땅을 평평하고 네모진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각 면이 4각형인 입체(6면체)를 땅에 비유하는 것과 기본요소(지, 수, 화, 풍, 우주)가 모두 5개이므로 각 면이 5각형인 입체(12면체)를 우주로 본 것은 자연스럽다.
지수화풍을 만물을 이루는 기본요소라고 본 것은 불교철학에도 있다.
이에 따르면 소우주라고 하는 인간도 그 육신은 흙에서 왔고, 피와 체액은 물에서 왔으며, 따뜻한 체온은 불에서 오고, 영혼은 바람에서 왔는데, 인간이 죽으면 육신은 다시 흙으로, 피와 체액은 물로, 체온은 불로 되돌아가서 싸늘히 식고, 삼혼칠백(三魂七魄)은 바람결에 흩어진다.
기본도형으로 표현되는 지수화풍이 서로 다른 시공에 살았던 사람들에 의하여 똑같이 우주의 기본요소라고 생각된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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