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이 평생을 그리워한 고향 한려수도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통영에서는 '2004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축제가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열렸다.
지난해 대구오페라축제에 이어 올해부터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개최되는 대구로선 통영국제음악제는 놓칠 수 없는 벤치마킹 대상이다.
#시즌제로 바뀐 탓, 축제 분위기 예년만 못해
개막축제 첫날인 지난 22일 통영은 도시 곳곳을 장식한 현수막과 홍보물이 외지인을 반겼다.
인구 14만명에 불과한 소도시에서 과연 국제음악제, 그것도 현대음악제를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통영시내로 접어들었다.
국제적인 행사로는 이제 세 돌을 맞은 통영국제음악제는 올해부터 시즌제로 개최 방식이 바뀌었다.
지난해까지는 10일간 단일 행사였지만 올해에는 3월의 개막축제에 이어 6월, 8월에 다양한 시즌공연과 10월에 폐막공연을 갖는 연중행사로 바뀌었다.
이 때문인지 통영 현지에서 느껴지는 축제로서의 달아오름은 예년보다 떨어졌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통영국제음악제는 작곡가 윤이상의 이름을 내건 음악제이다.
윤이상의 고향이기에 통영은 세계적인 음악인들과 단체들을 별 어려움 없이 불러들일 수 있었다.
통영에서 가장 큰 연주홀인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은 한려수도가 내려다 보이는 남망산조각공원에 위치해 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광에 둘러싸인 공연장이지만 객석 규모가 880석에 불과하고 내부 음향 상태가 좋지 않았다.
국제음악제를 치르기에는 숙박시설 등 인프라도 부족했다.
#"한국 최고 명소 음악당을 짓겠다"
개막 첫날 기자회견에서 주최 측이 기자들에게 밝힌 첫 일성은 시즌 폐막공연으로 초청된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취소됐다는 것이었다.
통영 일대를 현지 답사한 뉴욕필의 노조 대표가 숙박시설의 미비 등을 이유로 폐막공연에 참가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는 것이었다.
기자회견은 국제음악제를 개최하기에 걸맞은 인프라의 구축으로 모아졌다.
통영시는 이날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통영국제음악당 및 종합부대시설' 건설 프로젝트에 할애했다.
도남동 충무관광호텔 부지 일대에 총 2천5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버금갈 만큼 아름다운 연주홀을 짓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연건평 4만2천평, 1천500석 규모의 메인음악당과 야외공연장, 250실 규모의 특급호텔과 40층짜리 쌍둥이 콘도미니엄 건물을 지어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 복합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4월 중 국내외 투자자들로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타당성 조사와 실시설계를 거쳐 2007년 12월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워낙 거창한 프로젝트여서 실현성 여부는 미지수지만, 음악적 저변 하나 제대로 없는 항구 소도시가 윤이상이라는 네임 밸류를 아이디어 삼아 국제음악제를 기획해내고,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당까지 짓겠다는 구상까지 도출해내는 배포와 추진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부럽게 느껴졌다.
#통영시의 전방위적인 지원
통영국제음악제는 재단법인 통영국제음악제가 주최하지만 통영시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었다.
통영시는 음악제의 올해 총 예산 12억원 가운데 8억원을 시비로 지원할 계획이며, 시청 내 축제지원계 공무원 7명 가운데 5명을 음악제 지원업무에 투입하고 있었다.
축제 기간중에는 통영시청 직원들이 전방위로 지원업무에 나선다.
서정원 해외홍보팀장은 "통영국제음악제는 현대음악제로서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제로 발돋움하고 있으며 많은 음악인들이 참가를 희망한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그러나 현대음악제라는 한계 때문에 일반인들이 음악에 흠뻑 젖어들기에는 레퍼토리가 무거운 감이 없지 않았다.
개막 첫 작품으로 공연된 윤이상의 오페라 '영혼의 사랑'을 본 대구지역의 모 음대교수조차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
3월 22일 현재 개막축제 공연의 매표율은 75%선. 통영 시민보다는 인근 거제도의 조선소 직원들의 가족들이 많이 보러 온다고 주최 측은 귀띔했다.
개막축제를 끝낸 통영국제음악제는 6월 20일 미샤 마이스키.백혜선의 듀오콘서트와 8월 30일 정트리오 콘서트 등 시즌 콘서트로 이어질 예정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사진: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는 통영시민문화회관.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