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 체온 식지 않은 풀씨를
창 앞에 뿌려두고 새를 기다린다
늙은 참새 한 쌍 날아와
마음놓고 체온을 다 주워 먹었다
따사한 정에 허기를 면하고
서늘한 표정으로 목례를 하고.
얼마간 졸다가 구름밭을 지나
어디론지 날아가 버렸다.
지금 창 앞에는 새가 두고 간
사랑이
풀잎으로 자라가고 있다.
황금찬 '사랑이 자라는 뜰'
살아가면서 정말 특별하고 신비로운 일은 전부 평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겨울이 그렇게 기승을 부리며 절대로 봄이 오도록 해 주지 않을 것 같더니 어느 새 우리는 봄의 한쪽 자락을 밟고 있지 않은가?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꽃잎들이 눈처럼 흩날리는 계절이 된 것이다.
창 앞에 풀씨를 뿌려두고 새가 날아와 그걸 쪼아먹는 걸 보며 경이의 눈빛을 보내고 있는 노(老)시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또한 새가 먹다 남긴 풀씨에서 싹이 돋는 것조차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를 적고 있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