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안전구멍 '도심' 고속철도

경부고속철이 대구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지나가는데도 고속철 구간 곳곳의 안전 시설이 미비해 안전펜스 보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2일 오후 2시 대구시 서구 이현동 상리지하차도 부근 경부선 선로. 2만5천V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탑이 곳곳에 서 있고 고속열차가 시속 200km를 넘나들며 달리는데도 철길을 무단횡단하는 이들을 쉽게 볼수 있었다.

이 곳은 주변에 공장과 비닐하우스 등이 밀집해 있는데다 고속철 선로에의 접근을 막기 위한 안전펜스도 없어 주민들에게는 '비공식 건널목'으로 이용되는 곳. 게다가 인근의 열병합발전소 부근에서는 철제 안전망이 철길 통행을 위해 아예 뚫려있었다.

철로 옆에서 텃밭을 일구는 주민 최종길(44.서구 이현동)씨는 "공장 근무자와 주민들의 무단횡단이 너무 잦아 애써 일군 밭까지 모두 망가뜨릴 정도"라며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만큼 빠른 시일내에 안전펜스를 연장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구 비산7동과 이현동 지역도 고속철 선로의 남쪽은 방음벽 설치가 모두 끝났지만 북쪽의 2.5km 구간은 안전펜스가 낮게 설치되어 무단횡단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없는 구간이 적지 않다.

동구 효목네거리에서 고모역을 지나 경산으로 연결되는 구간중 수성구 고산동 우매천~욱수천 일대의 경우 북편 300m와 남편 200m 등 일부 구간에만 안전펜스가 설치되어 있는 것.

무단횡단을 막을 대책이 미비하다보니 고속열차에 치이는 사고도 잇따라 11일 오후 7시45분쯤 서구 원대1동 경부선 서울 기점 322km 지점에서 신원을 알수 없는 60대 남자가 KTX 열차에 치여 중태에 빠졌으며, 10일에는 상리지하차도 부근 철로를 무단 횡단하던 황모(52.서구)씨가 고속열차에 받혀 숨졌다.

대구 서구청 관계자는 "고속열차는 도심 통과 구간에서도 일반열차보다 속도가 60-70km나 빠르기때문에 무단행단이 인명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지만 안전펜스가 너무 낮거나 제대로 설치 되지 않은 곳도 있어 불안하다"며 "주민 홍보를 강화하고 방음벽 설치를 서두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철도청 대구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안전설비를 소홀히 한 철도청의 책임도 있지만 시민들의 안전의식에도 문제가 있다"며 "안전펜스를 넘어 들어가는 사람들까지 막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고속철의 대구 도심 통과 구간 20여km 중 보행자의 정상 통행이 가능한 곳은 육교 7개소와 지하차도 등 10여곳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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