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끼리 호흡만 잘 맞아도 돈 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오가는 말이다.
부부가 하루종일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하다 보면 싸움이 잦아지고 이는 극단적인 경우 이혼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것.
하지만 장상균(38.대구 서구 비산동) 박일란(34) 부부는 3년째 함께 영재학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결혼 후 8년간 "특별히 기억나는 다툼은 한두번 정도? 거의 싸우는 일이 없어요"라고 입을 모은다.
그 비결은 역시 존댓말을 사용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이지만 화가 나더라도 일단 존댓말을 쓰다 보니 욕이나 막말은 하지 않게 됩니다.
대화로 풀게 되죠. 요즘 제 또래의 다른 부부들을 보면 흔히 말을 편하게 하는데, 그러다보면 싸울 때도 상대방의 상처를 건드리는 말이 쉽게 나오는 것 같아요".
이들 부부가 서로 존댓말을 쓰게 된 것은 연애시절 첫 만남부터이다.
박씨에게서 유난히 의젓한 분위기를 느낀 장씨는 4세나 어린 박씨에게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쓰게 된 것.
하지만 이들 부부는 말투만 존댓말을 쓰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도 서로에 대한 존경이 넘쳐나는 좀체 보기 드문 부부이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도 '특이한 부부'란 말을 자주 듣는다.
"집사람은 결혼하자마자 중풍에 걸린 어머니를 혼자 돌봤어요. 지금도 아버지를 모시고 일년에 열 번 가까운 제사상을 혼자서 다 준비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부인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나오죠".
장씨의 말에 박씨는 '특별한 게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제 부모님이나 시부모님이나 똑같죠. 시부모님은 제 남편을 낳아주신 분이잖아요. 제가 모시는게 당연하죠". 역시 '조선시대 부부'란 별칭이 붙을 만 하다.
장씨 부부는 딸 혜정(6)이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이 '어른 공경'이다.
자기 자신만 알아서는 제대로된 인성을 갖출 수 없다는 것. 또 혜정이와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딸에게 선택권을 준다.
그런 교육 방침 덕분인지 혜정이는 부모님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3세때부터 혼자 방정리를 하는 원숙한 아이로 자라고 있다.
학원을 운영하는 만큼 장씨 부부의 이런 존댓말 쓰기는 학원 분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장씨 부부는 물론 학원 선생님들까지 수업시간에는 아이들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사용한다.
박씨는 이것이 교육적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인터넷이다, 채팅이다 해서 아이들에게도 반말을 쓰기 쉬운데, 존댓말을 사용하니까 아이들도 차분하게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장씨.박씨 부부는 친한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부부들에게도 존댓말을 써볼 것을 권했다.
"부부끼리 존댓말을 쓰면 사이가 멀어지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가깝고 서로 존중하는 부부가 될 수 있죠".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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