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6시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 방송을 보면서 후보자와 유권자들은 물론 정당 관계자들도 많이 놀랐다.
'의외로' 한나라당 후보들의 득표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접전이 예상되던 지역에서마저 한나라당 후보들은 열린우리당 후보들을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여유있게 승리하는 것으로 조사 결과가 나왔고 실제 개표 결과도 틀리지 않았다.
결국 막판에 20~30% 정도의 표가 움직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투표 직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던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율과 실제 득표율을 비교하면 거의 일치한다.
19일 한나라당 이해봉(李海鳳.대구 달서을) 의원은 "막판에 20% 정도가 나한테 온 것 같더라"고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선거운동기간 중의 조사에서는 이처럼 큰 표 차이가 없었는데 실제 결과는 자신이 66.9%로 차점자(24.5%)를 배 이상 이긴 이유가 20% 정도의 부동표가 옮겨 온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대구 동갑 선거구의 경우 막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한나라당 주성영(朱盛英) 후보는 40.0%로 31.1%의 이강철(李康哲) 후보를 따돌리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실제 개표 결과는 60.6% 대 35.1%로 나타났다.
20% 포인트의 상승이었다.
경북 영주의 경우에도 선거 전 조사에서 36% 대 31%의 지지율을 보이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후보는 실제 선거에서는 52.8% 대 37.8%의 득표율을 나타내 20% 이상 막판 표쏠림 현상이 있었음을 입증했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이 세 지역만의 일은 아니다.
또 이번 선거에만 일어난 일도 아니다.
역대 선거에서 대구.경북지역은 항상 이같은 막판 표쏠림 현상이 있었다.
부동층 내지 무응답층 가운데 상당수가 표를 몰아준다는 것이다.
이 지역 선거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정당에서는 이 때문에 선거 상황을 '오판'하기 일쑤였다.
"부동표에 대한 공략에 성공하면 이길 수도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항상 예상대로 참패였다.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이들은 부동층이 아니라 단지 응답하지 않을 뿐인 확고한 표였다.
92년 대선 이후 각종 선거에서 철저한 반 YS 성향을 보인 것이나 DJ 정부 이후 철저하게 반 DJ정서에 입각해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줘 일방적인 승부로 만든 것 역시 이런 표라는 것이다.
철저하게 무관심하고 무표정한 것처럼 보이는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투표소 장막을 제치고 들어가면 그동안 참아 왔던, 하고 싶던 말을 표로써 나타내는 습성을 보였다는 것이 수년간 지역의 투표성향을 조사, 분석해 온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사진 : 17대 총선에서 대구지역을 석권한 한나라당 당선자들이 15일 대구시지부에 모여 당선을 자축하고 있다.(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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