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려진 조선의 처녀들' 출간한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훈 할머니(본명 이남이)가 살아 생전 한을 풀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신 지 3년이 됩니다.

훈 할머니가 캄보디아에서 고국으로 돌아오실 때 국민적 화제가 되었지만 돌아가신 후에는 점차 우리들의 관심과 기억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29일 오후 7시 대구시 동구 신혼프라자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펴낸 '버려진 조선의 처녀들'의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이 책에는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캄보디아에서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안고 55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경산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으나 두고 온 가족이 그리워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가 77세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친 훈 할머니의 일대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힘없는 나라에서 태어난 이유로 온갖 설움을 겪어야 했던 훈 할머니의 인생은 우리 민족의 죄를 대속(代贖)한 삶이었다는 깨달음에서 할머니의 3주기를 맞아 그동안의 자료를 모으고 기억들을 정리해 일대기의 형태로 책을 펴내게 됐습니다".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최봉태(崔鳳泰.43.변호사) 대표는 "지금까지 딱딱한 내용의 증언집이나 논문은 있었지만 일반인들이 읽기 쉽도록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일대기 형식으로 다루기는 처음"이라며 이 책이 중.고교에서 평화교육 교재로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라고 할 정신대 할머니들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신대 할머니들이 명예 회복을 위해 지난 92년 1월부터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 시위를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600여 차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할머니들의 명예가 회복돼 돌아가시기 전에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 대표는 강제로 끌려가 몸과 마음이 모두 수탈당한 정신대 할머니들에 대해 일본 정부가 마치 돈을 바라는 사람들인 양 인격적 모독을 하고 있는 마당에 피해자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일본에 반박할 아무런 증거도 남지 않게 된다며 할머니들의 기록을 남겨두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훈 할머니를 시작으로 현재 대구.경북에 계시는 정신대 할머니 21명의 일대기를 책으로 펴낼 수 있도록 후원해 줄 '역사의 희망지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은 우리 민족의 명예를 되찾는 일입니다". 053)257-1431, 254-1431.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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