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제16회 청소년 대상 효행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류경희(13.용산중2)양은 어머니 김옥진(55)씨를 괴롭히는 무서운 병마와 모진 가난에 짓눌린 채 하루 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단란했던 경희네 가족에게 어둠의 그림자가 내려진 것은 지난 2002년 아버지가 폐암으로 사망하고 설상가상으로 어머니마저 자궁내막암 판정을 받고 나서부터.
다행히 지난해 어머니의 수술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뤄져 회복단계에 있지만 언제 재발할지도 모르고 더구나 심장병, 고혈압 등의 합병증으로 건강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와 입으로 피를 토해내기도 한다.
어머니가 격심한 고통과 함께 피를 토할 때면 경희의 가슴도 찢어진다. 예전에는 그럴 때마다 울며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철이 들고 나서는 어머니가 걱정할까봐 그러지도 못한다.
이런 경희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가슴도 아프기만 하다. 딸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한 것이 괴롭기 때문. 눈물을 흘리며 미안해 하는 어머니에게 경희양은 오히려 "조금만 고생하시면 돈을 벌어 행복하게 해줄게"라고 위로할 만큼 효성이 지극하다.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진 뒤 김씨가 파출부 일을 하며 어렵게 살림을 꾸리는 바람에 옷 한 벌, 참고서 하나 제대로 사지 못했고 지금은 어머니마저 몸져 누워 있는 상태에서 불평 한마디 안 한 경희였다. 이 같은 눈물겨운 효행이 널리 알려지면서 학교에서 모범, 효행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는 대구남부교육청 교육장 효행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시한부 생과 마찬가지의 삶을 살아가는 어머니를 수발하며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가난은 여전히 두 모녀를 괴롭히고 있다. 현재 기초생활 수급대상으로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30만원이 수입의 전부로 별다른 수입원이 없어 살길이 막막하다.
더구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수술과 치료비로 가산을 모두 탕진하고 난 후부터는 10만원짜리 월세방을 전전하다 지난해 초 결국 몇 달치 월세가 밀려 쫓겨나게 됐다. 아는 사람을 통해 이들 모녀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자용모자복지관에 겨우 보금자리를 틀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곳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비워줘야 돼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나 경희를 괴롭히던 지긋지긋한 가난과 병마도 배움에 대한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교사가 꿈인 경희는 지금껏 반에서 줄곧 10등 내외의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예쁜 얼굴 못지 않게 누구보다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경희는 "열심히 공부해서 남들을 도와줄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10여평 남짓한 보금자리에 함께 한 두 모녀를 감싸 비추는 오후 햇살이 경희의 마음인 양 포근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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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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