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촌을 아버지라 불러요"

해군 부사관이 박봉에도 불구하고 10여년간 조카 2명을 키워 대학까지 진학시킨 소식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해군 6전단에 근무하는 민병완(閔丙完.45) 상사는 지난 91년 강원도 삼척에 살던 형이 지병으로 숨지고 3년 후 형수마저 교통사고로 변을 당하면서 졸지에 고아가 된 당시 11세와 9세이던 조카 금순(22.여)씨와 우기(20)씨를 집으로 데려와 친자식처럼 키웠다.

10여년간 자식처럼 키워 금순씨는 포항 선린대학에, 우기씨는 포항1대학의 어엿한 대학생으로 자랐다.

두 조카를 키우면서 민 상사의 어려움도 컸다.

박봉의 군인 월급으로 노모와 친자식 2명 등 6명의 식구를 돌보기에 경제적으로 쪼들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부인(45)도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식당 주방일과 할인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돕고 있다.

민 상사는 부모없는 조카들이 혹시 상처를 받을까 싶어 자녀들 학교 졸업식에는 못 가도 조카 졸업식은 빠지지 않고 챙겼다.

이들 부부의 헌신적인 사랑에 힘입어 조카들은 열심히 공부했고, 수시로 장학금을 받아 작은아버지와 숙모를 기쁘게 했다.

우기씨는 금오공대에 합격한 뒤 민 상사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등록을 포기하고 포항1대학(전문대)에 지원, 수시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금순씨도 고교 졸업후 성적이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1년간 직장을 다니며 스스로 학비를 벌어 대학에 진학했다.

민 상사는 "조카들이 착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줘 별로 한 일이 없었다"며 "먼저 가신 형님 내외분이 어릴 때 조카들을 잘 교육시킨 덕분이며, 조카들을 자식처럼 사랑해 준 집사람에게 고맙다"고 했다.

금순씨는 "아무리 혈육이라고 해도 모른 척하고 지내는 요즘 세상에 부모님처럼 챙겨주시고 대학까지 보내주신작은아버지와 숙모님께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며 "작은아버지보다는 아버지라는 호칭이 더 좋다"고 했다.

민 상사의 아름다운 사연이 부대내에 알려지면서 부대원들이 민 상사 돕기 모금운동을 벌이려고 했지만 민 상사가 한사코 거부하는 바람에 이뤄지지 못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