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특별법 사과'후 전략 모색

신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표명을 유보해 온 한나라당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통과시켜준데 대한 사과를 바탕으로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그 큰 줄기는 행정수도 이전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권위있는 조사기관에 의뢰, 원점에서 재검토하면서 여론에 반대를 호소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민투표는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22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수도이전에 드는 재원과 조달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분석자료를 얻기 위해 국회예산정책처, 한국개발연구원 등 권위있는 국내 조사기관이나 외국의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라며 "민주당과 민노당에게도 21일 공동조사를 제의했다.

여기서 객관적 타당성이 있는 의견이 나오면 국민들도 수도이전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수도이전 문제를 검증할 새로운 방안으로 국민대토론을 내놓았다.

그는 "수도이전 시기와 이전 범위, 비용 및 타당성과 효율성, 통일 이후의 상황, 국민투표 여부 등에 대해 국민대토론을 붙여 검증.점검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정부여당은 한편으로는 수도이전 논란을 정쟁으로 변질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밀어붙이려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2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감지됐었다.

이날 의총에서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수도이전을) 정략적으로 충분한 검토없이 내놓은 것을 반성해야 하지만 충분한 검토없이 이를 통과시킨 한나라당도 반성해야 하며,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 같은 사과가 당내 일부의원들이 제기하고 있는 행정수도특별법의 무효화나 행정수도 이전 반대의 뜻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이전문제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임을 분명히했다.

박 대표가 이같이 입장을 정리한 것은 신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과 충청권, 더 나아가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해가 상충하고 있는 문제인 만큼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특별법 폐기나 국민투표 실시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른 국민투표에 대해 역작용이 만만치 않은 점을 들어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민투표를 실시했다가 찬성으로 결정나면 다음 대선에서 정권 탈환은 물건너가는 것은 물론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따라서 여러가지로 무리가 따르는 국민투표를 일단 유보하고 특별법의 졸속심의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통해 한나라당의 '원죄'를 씻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행정수도 이전 반대여론의 자연스런 형성을 기한다는 것이 박대표의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준비작업이 선행되어야 국민투표 실시하더라도 어느정도 유리한 입장에서 국민투표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결국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자신감이 서지 않는 이상 한나라당은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지는 않을 것이란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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