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선일씨 살해 배경과 전말

이라크 무장단체가 억류 중이던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 씨를 참수한 것은 납치 목적이었던 파병철회 요구가 수용될 기미가 없

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씨가 무참히 살해되기 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알-자지라 방송화면에서 복면

을 한 한 납치자는 "우리는 당신들에게 경고를 했지만 당신들은 이를 거부했다"며

납치 목적이 파병철회였음을 재확인했다.

이 납치자는 미리 준비된 성명을 읽으며 "이것은 당신들이 스스로 초래한 일"이

라면서 "당신들의 군대는 이라크인들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저주받을 미국

을 위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납치단체가 당초 제시했던 최후통첩 시한인 '24시간'이 22일 새벽을

계기로 지나면서 조심스럽게 희망섞인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곧 진행된 교섭과정

에서 납치단체는 요구조건과 자기 조직의 성격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납치단체가 내걸었던 요구조건은 '알리바바(도둑)'들이 흔히 내거는 '돈'

문제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었으며, 당초 알-자지라 TV를 통해 요구했던 파병철

회 등의 정치적 성격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라크 현지의 한 소식통은 "김씨를 납치했던 단체는 정치적 목적의 단체로서

이들은 그 목적에 맞게 정치적 요구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조건은 한국 정부로서는 수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납치단체는 특히 이러한 조건을 내걸면서 22일 저녁 일몰시점(현지시간 오후 7

시 전후)을 다시 '최후통첩'의 시한으로 설정했다는 설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사관측은 김씨의 석방과 관련된 노력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어 정확한 내용

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납치단체가 이같은 요구조건을 내걸었다면 정부의 입장은

명약관화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김씨 피랍사건이 발생하자마자 21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를 열어 추가 파병 강행방침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슬람 정당 등 각종 중재자들이 '김씨를 일단 살려달라'는 요구를 함에 따라 1

차 최후통첩 시한을 넘겼던 납치단체는 이어 진행된 교섭에서 본격적인 요구조건을

내걸었으나 이것이 수용될 기미가 안보이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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