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가 22일(현지시간) 끝내 참수됐다. 아랍계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이날 알-카에다와 관련이 있는 무장단체인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가 김씨를 살해했다면서 무장단체가 보내온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을 방영했다.
숨진 김씨가 참수되기 전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알-자지라의 화면에서 김씨는
눈이 가려진채 오렌지색 옷을 입고 있었고, 5명의 복면을 한 무장세력 앞에서 무릎
을 꿇고 울먹이며 힘겹게 숨을 쉬듯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알-자지라는 또 복면을 한 남자가 한국인에게 보내는 성명을 통해 "이것은 당신
들의 손이 저지른 일"이라면서 "당신들의 군대는 이라크인들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저주받을 미국을 위해 왔다"고 주장하는 장면도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김씨가 사망하는 장면은 방송하지 않았지만 진행자는 김씨가 참수
됐다고 말했다.
신봉길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시간 22시 20분, 이라크 현지시간으로는 17시20분
바그다드에서 팔루자 방향 35㎞지역에서 동양인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고 미
군 당국이 우리 군당국에 연락해 왔다"며 "주 이라크 대사관은 오늘 0시45분 e-메일
로 송부된 사진이 김선일씨로 확인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현재 이라크 대사관 영사 및 김천호 사장이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으로 이동중"이라며 "정부는 오늘 새벽 2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를 개최해서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당국의 다각적인 석방 교섭 노력에도 불구, 김씨가 끝내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무참히 살해됨으로써 이라크 추가파병을 둘러싼 국내외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참수 경위와 관련, 이라크의 한 소식통은 "김씨를 납치하고 있던 단체가 22일
석방교섭 시작을 위한 모종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돈 문제
가 아니라 납치범들이 당초 알-자지라 TV에서 제시했던 파병과 관련된 조건인 것으
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납치범들은 당초부터 돈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정치적 조직이었으
며, 김씨의 석방교섭을 위한 예비조건으로도 돈 문제가 아니라 파병 철회에 관한 언
급을 하면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조건
은 한국 정부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었으며, 이에 따라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도 "김씨를 납치한 단체는 일반적인 저항세력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
을 위한 전문적인 조직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그들은 금전적인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당초 알-자지라 방송에서 제시했던 것 처럼 정치적 목적과 관련된 요
구를 한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납치단체는 제3자가 개입된 가운데 진행된 교섭에서 파병철회와 관련된
성명을 발표해야 석방협상에 임할수 있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
납치단체는 22일 오후7시(현지시간)까지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라고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김씨가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직후인 23일 새벽 2시부터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김씨의 시신 수습
및 한국으로의 운구 이동 방안 등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새벽 이종석 NSC 사무차장으로부터 김씨의 사망에
관한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사진설명)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김선일(가운데 앞)씨가 살해되기 직전의 모습.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가 22일 밤(현지시각)방영한 이 장면중에 김씨가 숨지는 부분은 방영되지 않았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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