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자가 목사에게 "기도할 때 술을 마셔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목사는 "안되지요"라고 대답했다.
신자는 다시 "그러면 술 마실 때 기도해도 되나요?"라고 묻자 목사는 난감했다.
안 되는 이유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떤 글에서 읽은 내용으로, 이 두 가지 상황이 얼마나 다른지는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우리는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일종의 '문화적 틀'이라 할 수 있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자신의 방법대로 편집해 이해하며, 그 속에 안주하면서 안일을 구하기 일쑤다.
그래서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집단의 한 사람으로 편입되게 마련이다.
▲우리는 때로 역사를 거꾸로 읽을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보편적으로 인정돼 있는 역사라도 왜곡돼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거꾸로 읽으면 되레 그 진실에 이를 수도 있다는 논리다.
가난과 탐욕, 빼앗음과 빼앗김, 사랑과 갈등 등이 함께 하고, 어제와 같은 오늘과 내일이 보이는 현실 속에서는 더욱 그럴 수 있다.
더구나 잘못 돌아가는 세상에서는 그 틀을 벗어나려는 용기는 소중하다.
▲경기 수원 소재 국가전문행정연수원의 현관.휴게실.쉼터 등 14곳에 시계바늘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도는 '거꾸로 가는 시계'가 설치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근 취임한 새 연수원장의 지시로 주문 제작된 이 시계는 숫자도 물론 거꾸로 씌어져 있다고 한다.
공직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는 산실이 되고, 모든 고정관념을 깨자는 취지에서 나온 발상이듯이, 오죽하면 이런 아이디어까지 나왔겠는가.
▲이 일종의 역발상이 신선감을 주는 건 우리 사회가 바로 가고 있지 않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직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마저 그 사회가 제대로 가고 있지 않다는 자성의 소산이어서 마음을 끈다.
국가행정연수원은 이번 시계 설치에 이어 혁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에 걸맞은 테마공원을 조성하는가 하면 변화와 혁신 자료실 설치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단은 이 작은 움직임에 기대해보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창녀와 알코올 중독자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서로 위로하고 사랑하며 떠나보낸다.
하지만 '그대로'를 넘어 새로워지려면 혁신과 창조력이 요구된다는 깨달음을 안겨준다.
창조성도 다양성의 바탕 위에서 빛을 내게 된다.
돈과 권력이 모든 걸 지배하게 놔두는 사회는 정신이 죽고 어둠이 짙은 사회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오히려 거꾸로 가면서 고정된 정신의 틀을 벗어나는 일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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