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니 벌써부터 열대야에 잠을 설쳐야 할 정도로 날씨가 징글징글하게 덥습니다. 얼굴과 등 뒤로는 땀이 물 흐르듯 흘러 연신 땀을 훔치던 제 팔은 어느 새 끈적끈적해지고, 차가운 물에 풍덩 몸을 던지고만 싶은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아 아쉬운 대로 차가운 것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게 고작이죠. 얼음이 잔뜩 담긴 음료수나 아이스크림, 팥빙수 같은 빙과류로 잠깐이나마 더위를 잊어보는 거죠.
이쯤 되면 일에 능률이 오르기는커녕 산과 바다 생각이 간절해지겠죠? 그래서 피서라는 것을 가나봅니다. 아무리 그 길이 험하고 멀 지라도. 이미 부산 해수욕장에는 칠십만의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할 정도니, 전국적으로는 어마어마한 인구 이동이 이곳저곳으로 이루어지고 있겠네요. 당신도 그 이동에 동참하셨나요? 부럽습니다.
그래요. 저는 이번 여름에 대구를 꿋꿋하게 지키게 될 것 같습니다. 특별한 휴가 계획을 잡을 수가 없는 개인 사정 때문이지요. 주머니 사정, 시간 사정 등등을 고려하다보니 가장 값싸게 피서를 즐기는 방법이 대구에 머무는 것밖에는 없었지요. 하지만 눈을 들어 주변을 휘익 둘러보면 사뭇 특별한 공간들이 눈에 들어오기 마련인가 봅니다. 그 동안 소홀했던 대구를 탐험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지요.
장마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저는 취재차 시내버스 투어를 하였었지요. 비가 그친 찰나의 시간을 이용해 팔공산을 다녀왔었습니다. 팔공산에서 케이블카도 타보고, 제가 살지 않는 동네를 돌아다녀보기도 했습니다. 좌석버스를 주로 이용했는데 무척이나 시원하더군요. 아니 오히려 춥기까지 하여서 바람을 다른 쪽으로 돌려야만 할 정도였지요.(이것으로 피서라고 할 수 있을까요?) 대구시내 버스노선표와 각종 관광 자료들을 배낭 하나에 달랑 넣고 대구 시내 배낭여행을 떠났던 겁니다.
당시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하여 제가 계획했던 도동 측백수림이나 불로동 고분 등을 돌아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었죠. 그래서 이번 여름 휴가에는 그 곳들을 마저 돌아보려고 합니다. 저는 아직 대구 깊숙이 다가가 보지 못했거든요. 시간이 나는 대로 대구 주변의 관광 명소를 홀로 떠나보려고 합니다. 짧은 반바지와 민소매 티셔츠, 간단한 모자 정도로 무장을 하고 배낭 하나 매고 마치 외국의 어느 도시에 관광을 온 마냥 떠돌아 다녀볼까 하는 것이지요.
여느 배낭여행의 첫 순서와 같이 여행 전에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관광정보센터입니다. 정보는 힘이고, 손발이 고생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치밀한(?) 계획은 필수니까요. 두류공원 내에 위치한 정보센터, 혹은 동대구역이나 동성로에 있는 간이 정보 부스를 이용해도 좋겠죠. 아니면 인터넷을 이용해 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구요. 하지만 저는 이동시에 이용하기 편한 책자를 확보하시는 것을 더욱 추천합니다. 관광정보센터에는 의외로 대구에 관련된 각종 정보들이 풍부하거든요.(비록 접근성은 좋지 않지만 그곳의 야외음악당 자체도 충분한 휴식공간이 되니까요.)
여행지를 먼저 정하고 교통편을 찾으셔도 되고, 반대로 교통편에 따라 다양한 장소를 체험해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특히 시내버스 같은 이미 있는 노선들을 이용할 때에는 후자의 여행법이 더욱 자유로운 여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눈에 띄는 곳에 무조건 내려 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한두 정거장쯤은 거슬러 걷기도 하는 것은 초행길에서 아무 것도 아닌 거죠. 대구는 이제 초록이 무성한 도시로 어딜가도 예쁜 가로수를 감상할 수 있고, 다른 동네에 숨어있던 공원들이 당신에게 인사할 겁니다.
가능하다면 여행에는 카메라를 꼭 들고 가면서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고, 그것들을 담는 것도 꼭 하여보시길 바랍니다. 내 마음에 담았던 풍경들이 사진으로 그대로 남겨지지야 않겠지만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세상은 또 다른 시선을 당신에게 제공할 테니까요. 그 즐거움도 놓치지 않으시길...
p.s. : 저의 첫 번째 시내버스 투어는 105번 좌석버스와 함께 했습니다. 동구에 몰려 있는 각종 관광유적지를 언제라도 갈 수 있어요. 자동차로 갈 때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들을 마음에 한껏 담을 수 있었어요. ^^ 105번 시내버스 여행기는 www.streetan.com에서 보다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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