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J.R.R. 톨킨(1892~1973)의 유고작 '실마릴리온'이 번역돼 국내 서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절대반지와 중간계를 창조한 톨킨의 자취는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빛을 발한다.
그의 판타지 세계는 전세계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도대체 어떤 점에 사람들이 매혹되는 것일까. 젊은 시절의 그를 만나기 위해 시간여행을 떠났다.
1954년 어느 여름날 오후. 책장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서재에서 존 로널드 류얼 톨킨 교수는 뭔가 생각에 골똘히 잠겨 있다.
50년 후 영화화돼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던 '반지의 제왕'의 원작소설이 완성되는 순간.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기자=당신이 지금 막 탈고한 이 소설이 21세기에 영화화돼 전세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작품을 드라마화하는 것을 반대했다는데 사실입니까.
▲톨킨=제 작품이 영화로 큰 성공을 거뒀다고요. 누가 만들었죠. (피터 잭슨이라는 한 뉴질랜드인이라는 말에 잠시 침묵한다.
) 제 작품이 드라마로 바뀌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무가 말을 하며 뛰어다니는 등 여러 초현실적인 장면이 무대에서 재현되면 본질이 훼손되고 우스꽝스러워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반대했지요. 참 그 영화가 중간계를 제대로 스크린에 옮겼는지 궁금하군요.
▲기자=두 차례 세계대전 참전 경험이 당신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반지 시리즈는 전투가 한창인 한 참호 속에서 구상을 했다고 하는데.
▲톨킨=대학 졸업과 동시에 책 대신 총을 쥐게 됐지요. 1차대전의 최전선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무의미하게 목숨을 잃고 가장 친한 친구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목격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이지, 얼마나 암울한 공포에 뒤덮여 있으며 얼마나 슬픔에 빠져 있는지. 그때 이후 고대의 신화와 환상의 세계에 심취했지요.
▲기자=후대의 평론가들은 당신이 받은 전쟁의 상흔이 작품 곳곳에 묻어난다고 말합니다.
특히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세력들이 서로간의 차이를 내버리고 동맹하는 것으로 상징되는 것 말입니다.
▲톨킨=전체주의의 발호와 전쟁, 표류하는 난민들, 게다가 인종, 종교 등으로 점점 갈라서는 사람들…. 1차대전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오니 제 친구는 단 한 명만 살아남았더군요. 저도 전장에서 얻은 전염병으로 18개월 동안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갔고. 현실 속에 살면서도 현실과 무관한 삶을 살게 된 이유지요. 그래서 중간계(middle-earth)를 만들게 됐고.
▲기자=21세기 한국에는 당신의 소설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당신의 판타지 문학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톨킨=제 작품이 여느 판타지 소설과 차원이 다른 것은 아마도 초현실의 세계를 흥미로운 리얼리즘적으로 형상화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섬세한 세부묘사와 긴밀한 구성, 일관성 있는 논리로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 것이 독자들의 시선을 끈 이유가 아닐까요.
▲기자=당신이 평생 완성하지 못한 '실마릴리온'이 당신의 아들에 의해 훗날 완성됩니다.
이 책에 대해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책 소개를 한다면.
▲톨킨=그 말은 내가 빨리 죽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가요. '실마릴리온'의 이야기는 반지의 제왕보다 더 이전에 쓰기 시작했어요. 즉 반지의 제왕보다 훨씬 더 먼 옛날, 곧 최초의 암흑의 군주인 모르고스가 가운데땅에 머물러 있고, 높은 요정들이 절대반지처럼 모든 존재들의 운명을 지배하는 위대한 보석인 실마릴을 되찾기 위해 그와 전쟁을 벌이던 시절의 이야기죠. 이 책은 한마디로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장면들의 뒷이야기입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설명하지 못했던 것을 모두 여기에 담았지요.
▲기자=마지막으로 한국의 판타지 마니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톨킨=제 작품에는 동양의 신비스러움을 무작정 동경하는 대목이 많습니다.
동쪽에 광활한 대지가 펼쳐진다는 설정은 다분히 동양을 의식한 것이지요. 서구인들 대부분은 동양의 신비함에 심취해 있습니다.
그만큼 소재가 무궁무진하지요.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총동원해보세요. 21세기 가장 위대한 판타지문학이 탄생할 겁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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