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

얼마 전 유모라는 청년이 희대의 살인행각을 벌여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왜 우리 사회가 이다지도 살벌하고 험악해지는 걸까. 무엇이 이 청년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도 여느 사람처럼 산모의 힘든 산고 끝에 부모의 기쁨과 축복 속에서 태어났을 터이다.

그 축복받은 어린 아기가 어떻게 흉악범이 되고 마는 것인가. 아기들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제일 먼저 가정이라는 사회의 기초단위와 만난다.

순진무구한 아기는 가정공동체 속에서 성장하면서 사랑을 배우고 사회를 알고 적응해 간다.

그가 만난 첫 사회공동체인 가정이야말로 그가 길러지는 가장 소중한 교육장이 된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의 가정은 어떤 모습인가. 우리 가정은 점차 사랑이 매말라가고 황폐화되고 있으며 가정파괴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가정이 핵가족화하면서 전통적인 가정의 가치관이 소멸되고 있다.

이혼율은 OECD국가 중 두 번째로 높고, 이로 인한 가출청소년과 결손가정이 늘어나면서 각종 청소년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이며 하루에 4천여 명의 새 생명이 낙태로 죽어간다고 한다.

집단동반자살이 늘어나고 있으며 폭력과 살인 등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이러한 병리현상을 치유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국가가 이런 범죄에 대해서 가혹한 처벌을 가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50년대에 스페인에서 문제아동들을 돌보던 칼보라는 신부님이 계셨는데 문제아동들을 아무리 뒷바라지해도 끊임없이 늘어나는 이들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문제아동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원천인 가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문제가정에서 문제아동이 나온다' 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후 가정 안에서 부부간의 대화부족이 문제가정을 만드는 요인이라고 보고 효과적인 대화기법을 개발하여 교육시켜 나갔다.

이 프로그램이 'ME(메리지 엔카운터)운동'으로 정착되어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미국에서 꽃을 피웠다.

지금은 세계 100여 개국에서 이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도입된 지 25년이나 된다.

최근 천주교에서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만들기 운동('아가'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 역시 건강하고 건전한 가정을 만들어 가정이 아름답게 변할 때, 그 가정들로 구성된 사회도 건강하고 건전하게 변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그래서 이 운동은 하루 중 밤 열시가 되면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오순도순 대화하면서 서로의 문제를 나누는 데서 출발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물론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생활에서 이렇게 시간을 내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아버지는 직장에서 바쁘고, 애들은 과외공부하느라 늦게 오고, 그래서 도무지 가족이 함께 하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얼짱', '몸짱'을 위해서 아낌없는 투자를 하면서 '가짱'을 위해서 하루 중 30분 정도의 시간을 쓰는데 인색해서야 되겠는가. 여기에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가정경제에 도움을 준다.

대화하는 가정, 기도하는 가정, 삶과 사랑을 함께 나누는 가정, 더 나아가 이웃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가정으로 발전해 간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게 변할 것인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펜실베이니아 더치라는 독일계 기독교인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

이 마을에서는 3대가 한집에 모여서 3대 가족사랑을 실천하며 산다.

17세기 이민 올 때의 그 생활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3대 가족사랑이 아픈 사람이 없는 마을, 범죄가 없는 마을을 만들고 있다.

지난번 서울 종로구와 시민단체인 '시민회의'가 주관하여 천주교, 불교가 참여한 가운데 '3대 가족 사랑' 캠페인이 시작됐다.

3대가 함께 음식점에 가면 할인해 주는 운동이다.

이미 11개 업소가 참가하였고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고양시키는 이런 노력들이 우리 사회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건강한 가정을 통한 건강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이 운동을 종교, 언론, 사회단체 및 정부, 그리고 온 국민이 함께 전개해 간다면 우리 사회도 생명문화가 꽃피고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운동이 온 국민의 참여와 성원 속에서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손병두(전 전경련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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