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학이 더 힘든 맞벌이 부부

되풀이 되는 보육전쟁

공무원 박모(33.여)씨는 초등학생 딸을 친정집으로 보내야하는 처지에 마음이 아프다.

외가에 안가면 안되느냐고 칭얼대는 딸을 달래며 방학때마다 되풀이되는 자녀들의 더부살이가 마음을 아프게하고 있다.

여름.겨울방학만 되면 겪는 맞벌이 부부의 보육전쟁이 경기불황이 장기화된 올해는 더 심해지고 있다.

학원에 보낼 엄두가 나지않아 '나홀로 집에'인 아이들의 안전사고까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일선 학교의 방학숙제가 체험형으로 전환되면서 자녀들의 방학숙제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등 이중고를 겪는 탓에 부모들의 한숨 소리만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 자매를 위해 방학기간 동안 150만원을 주고 보모를 고용했다는 맞벌이 부부 고모(35.회사원)씨는 "직장을 그만둘 처지가 못되고 자녀를 위한 가정교육을 생각하면 아이한테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아예 자녀를 대구 할머니집에 보낸 김모(38)씨는 주말 자녀상봉 가족으로 부모로서 자식을 위해 제대로 못한다는 마음이 들어 만날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들어 2~4년내 맞벌이부부 탈퇴를 선언했다.

자녀들을 친지에게 맡기는 맞벌이 부부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일부 부모들은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보모를 고용하거나 자녀들에게 하루종일 학원순례를 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형편이 넉넉지못한 맞벌이 가정은 어쩔 수 없이 집열쇠를 아이들에게 맡긴 채 가슴을 졸이고 있는데 올해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학원비 때문에 아이들을 집에 홀로 남겨놓는 경우가 많아 안전사고 우려가 높다.

주부 김모(36.회사원)씨는 "보모를 구하거나 학원에 보낼 입장이 안돼 열쇠를 인근 친구집에 맡겼지만 마음은 아이한데 쏠려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며 "2시간에 한번씩 전화로 안전을 확인하며 회식 등엔 아예 참석치 못 해 동료들 보기가 민망하다"고 하소연했다.

시내 모 보육시설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서는 주민자치센터와 같은 공공시설을 개방하는 등 맞벌이 가정의 부모가 안전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문경.박동식기자 parkd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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