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가짜 실업자

'사이비(似而非)'란 말과 행동은 그럴듯한데 진실하지 않은 사람이나 진짜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가짜 물건을 말한다.

정교한 모조품은 진짜와 구별이 쉽지 않고, 때로는 진짜를 뺨치는 행세까지 한다.

그러나 진짜와 가짜는 만들어진 과정은 말할 나위가 없고, 그 속에 담겨진 정신이 전혀 다르다.

진짜에는 창조적.독창적인 정신이 깃들여 있으며, 그 과정에도 고통스러운 삶과 자기 희생이 따른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가짜가 판을 치고, 오히려 진짜보다 대우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가짜의 범람은 생활 속에서 가짜 불감증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짜인 줄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심지어 그럴듯하기만 하면 가짜라도 좋다는 풍조까지 만연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공익을 왜곡해 내세우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지도층은 가짜 지도층인데도 진짜로 행세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 암담하다.

아래층도 예외일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실업 급여를 받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짜 실업자'도 덩달아 많아진 모양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재취업 이후에도 실업 급여를 챙기다 들킨 사람이 2천840명이나 된다.

이처럼 부정 수급자가 크게 늘어난 건 재취업 때 자진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당국도 이들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 상반기의 실업 급여 수급자는 35만7천871명으로 2001, 2002년의 연간 수급자 수에 육박하며, 지난해의 43만3천798명에 견주어도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부정 수급자 역시 해마다 크게 늘어나 올해 상반기에는 부정 수급액이 무려 10억6천700만원이나 됐다니 기가 찬다.

실업 급여가 실직자의 생계 안정과 재취업을 돕기 위한 제도라면 '가짜'가 판을 치도록 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걸까.

▲부정 수급 유형은 실직했다 취업한 뒤의 미신고가 가장 많고, 피보험 자격 취득 및 상실의 허위 기재, 소득 미신고, 이직 사유 허위 기재 등이 그 뒤를 잇고 있어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양심 불량의 소산이 아닐 수 없지만, 당국도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이제 아래위를 막론하고 가짜가 판치는 사회를 정직한 진짜가 아니면 발을 붙이지 못하는 사회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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