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의장 눈물의 사퇴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이 선친의 일제 때 헌병복무 등 친일행적과 이를 뒤늦게 시인한 데 따른 파문으로 취임 3개월 만에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신 의장은 19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한때 눈물을 비치기도 했으나 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는 목소리는 단호했다.

신 의장은 아버지가 일제의 군 생활을 한 점과 그 과정에서의 잘못을 독립투사와 유가족에게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의 일제시대 행적에 대해 자세히 몰랐고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몰고가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신 의장은 그리고 과거사 청산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며 "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회견을 마무리했다.

한편 신 의장은 지난 96년 15대 총선에서 정치에 입문한 지 8년 만에 집권여당의 대표인 당 의장 자리에 올라서는 등 탄탄대로를 걸어왔었다.

지난 1월11일 전당대회에서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에 이어 2위로 상임중앙위원에 선출된 신 의장은 정 전 의장이 지난 총선과정에서의 '노인폄하' 발언으로 의장직을 사퇴하자 5월17일 의장직을 승계했다.

그는 언론.사법개혁과 친일진상규명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등 '강성대표'의 이미지를 이어갔다.

하지만 신 의장의 길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그는 의장에 취임한 지 채 한달도 안된 상태에서 치른 6.5 지방 재.보선에서 우리당이 참패,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물러날 뻔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에게 여야 대표회담을 제의했다가 거절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과거 여당 대표가 누렸던 언론과 국민의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했다.

가까스로 의장직을 유지한 신 의장은 100일을 채우지 못하고 결국 부친의 친일 헌병 복무문제와 '거짓말' 논란이 겹치면서 사퇴압박을 받자 물러났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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