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승민, 한국 탁구 16년恨 풀었다

한국 탁구가 '신화의 땅'에서 난공불락의 요새로 여겨졌던 만리장성을 허물고 16년 만에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남자 탁구의 '희망' 유승민(22.삼성생명.세계 3위)은 23일 갈라치올림픽홀에서 열린 남자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 왕하오(세계 4위)를 4대2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이 올림픽 탁구에서 우승한 것은 88년 서울올림픽 때 유남규(농심삼다수 코치)와 현정화-양영자조가 남자단식과 여자복식에서 각각 정상에 오른 이후 무려 16년 만이다.

반면 '96애틀랜타올림픽부터 3회 연속 전관왕을 노렸던 중국은 '탁구여왕' 장이닝이 2관왕에 오르며 남자복식까지 3종목을 독식했으나 남자단식 금메달을 한국에 넘겨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세계랭킹 3위인 유승민은 준결승에서 39세의 '백전노장' 얀 오베 발트너(스웨덴)를 꺾고 결승에 올라 세계 최강자 왕리친(중국)을 누른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 왕하오와 마주했다.

유승민은 지난 99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때 왕하오를 3대1로 이긴 이후 올해 코리아오픈을 포함해 모두 6차례의 성인대회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셔 힘겨운 승부가 예상됐다.

특히 왕하오는 라켓 양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면타법' 기량이 류궈량-마린을 거쳐 완성됐다고 극찬할 만큼 뛰어나 유승민으로선 맞서기 힘든 상대였다.

그러나 대회 직전 삭발로 결전 의지를 다져온 유승민은 2주일 전 다쳤던 허리통증이 남아있음에도 특유의 파워넘치는 드라이브로 왕하오를 시종 밀어붙인 끝에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1세트 선취점을 뽑으며 첫 단추를 꿴 유승민은 쇼트에 이은 백핸드 푸싱으로 왕하오의 공격을 차단하며 8대3 리드를 잡은 뒤 왕하오의 잦은 공격 범실로 결국 11대3, 큰 점수차로 이겨 기선을 잡았다.

2세트 왕하오의 구석을 찌르는 백핸드 스매싱에 고전한 끝에 세트스코어 1대1을 허용한 유승민은 3세트 9대9에서 왕하오의 리시브가 잇따라 네트에 걸리면서 이겼고 여세를 몰아 4세트까지 따냈다. 유승민은 그러나 5세트에서 듀스 접전을 벌인 끝에 11대13으로 져 세트스코어 2대3으로 쫓겼다.

그럼에도 김택수 코치의 격려로 심리적 안정을 되찾은 유승민은 6세트 들어 선취점을 뽑으며 초반 주도권을 잡았고 줄곧 리드를 지키며 9대7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다.

패색이 짙어진 왕하오는 날카로운 백핸드 스매싱을 잇따라 성공시켜 9대9 동점을 만드는 끈질긴 승부욕을 불태웠고 오히려 이번에는 유승민이 마지막세트까지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유승민은 상대 서브를 강하게 맞받아쳐 왕하오의 범실을 유도, 10대9로 앞선 뒤 3구째 강한 드라이브 공격으로 테이블 구석을 꽂아 결국 감격적인 승리의 대미를 장식했다.

◆23일 남자단식 전적

①유승민(한국) ②왕하오(중국) ③왕리친(중국)

사진 : 23일 아테네 갈라치홀에서 열린 남자 탁구 개인전에서 우승한 유승민이 중국 왕하오를 상대로 강 스매싱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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