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에서 우리 남녀 양궁 선수단이 변함없는 실력을 발휘하자 외국의 한 언론이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양궁실력이 학교성적에 들어간다"는 오보를 냈다고 한다.
월등한 우리 양궁실력의 비결을 아마 그렇게라도 설명하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웃고 넘길 만한 그 기사를 보면서 마음 한 편이 왜 씁쓸해지는 것일까. 우리들 중에서 양궁 활을 잡아본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나조차도 한번 잡아보긴커녕 직접 구경도 못 해본 터이니.
금메달 9개로 세계 9위의 성적을 이룩한 것은 올림픽에 관한 수많은 논란들을 떠나서 물론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보건의료나 환경의 질, 사회체육정책 등 수많은 변수들이 좌우하는 국민 전체의 체력이나 건강수준이 과연 세계 9위를 차지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누구도 쉽게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금메달 하나 따는데 35억원의 정부 예산이 든다는 통계를 최근에 본 적이 있다.
그 액수의 어마어마함에 질리는 것도 그렇지만, 납세자인 대다수 국민들에게 4년에 한번씩 열리는 올림픽은 잠깐 동안의 흥분과 감동, 즐거움을 주는 것 말고는 시간이 지나면 그뿐. 과연 현실에서의 팍팍한 삶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에겐 대한민국 선수들의 금메달 수십개보다도 가까운 곳에 쉽고 싸게 이용할 수 있는 주민 스포츠센터나 대학 스포츠센터, 녹지공간이 더 많아지는 것이 훨씬 절실하다.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도 한번쯤은 그런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싶다.
더디더라도 이런 것이 국민들의 건강과 체력을 증진하여 국력을 키우는 길이 아닐까.
그렇지만 초중고등학교에서의 입시교육, 대학교에서의 취직준비, 직장에서의 과중한 격무 때문에 자기 몸 돌볼 여유도 주지 않는 한국의 교육과 사회현실이 건강한 국민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인 것 같아 마음이 더 답답하다.허남혁 / 대구경북환경연구소 연구기획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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