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최대 규모'영천장 "추석장 보러 오세요"

"무시(무)도 1천원, 정구지(부추)도 1천원, 배추도 1천원, 무조건 1천원~."

"사과, 배가 그지없이 좋구마. 추석장 미리 봐놓으소."

재래시장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라는 영천장이 열린 지난 2일, 완산동 장터 일대는 장꾼들의 호객소리로 넘쳐났다.

사과, 포도 등 특산물과 영양.청송 특산물 고추, 제주 앞바다에서 갓 잡아왔다는 가을 고등어와 갈치, '오늘 새벽에 도축했다'는 쇠고기 등 거의 모든 상품이 제철 생산품들이다.

'영천장에 없으면 전국 어디에도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청앞에서 영천역으로 가는 완산동 길과 금호강 둔치 일대 총연장 4㎞ 남짓한 거리를 전국에서 모여든 2천여명 장꾼들과 이들이 들고 나온 물건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할인점 천국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영천장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싼 가격. 시청 공무원 윤영식씨는 "전부가 반값"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곳에서 1천원 받는 무는 할인점의 3천원 짜리와 크기가 맞먹고, 영천시 청통면에서 가지고 왔다는 할머니의 포도는 도매시장 경매가보다도 쌌다.

금호강 둔치 '고추.마늘전'에서 햇고추 60근을 샀다는 김옥자(62.부산시 장전동)씨는 "10년 넘게 영천장에서 고추를 사서 김장을 담그는데 값이나 품질면에서 영천장 만한 것이 없어 매년 버스를 세번 갈아 타는 수고를 감수하면서 이곳에 온다"고 했다.

김씨가 밝힌 영천장 고추가격은 부산지역 재래시장의 70%선.

이 곳에는 추억 속의 물건도 많다.

대나무를 휘어서 만든 갈쿠리나 옥수수대를 말려서 만든 키는 도시 가정의 장식품으로 안성맞춤이다.

직접 만들었다는 싸리비, 수수비를 들어 보이는 김순임(70.영천시 금호읍) 할머니가 "요새 나오는 나이롱 빗자루를 요놈한테 댈라꼬?"라며 제시한 가격은 고작 3천원.

모든 상품들의 가격이 그지없이 싸게 느껴지는데도 "단대목에는 값이 더 오를 것 같아 미리 추석장을 보러 나왔다"는 이순미(66.대구시 신천동)씨는 "좋은 상품을 싼 값에 살 수 있고 주말에는 가족 산책코스로도 안성맞춤"이라고 영천장을 추켜 세우기도 했다.

돔배기 시장 상인 이경례(43)씨는 "추석장도 보고 삶의 활력도 느끼려면 오는 7일에 영천장에 나와보라"면서 "이 곳에는 거리 전체에 가을 향이 가득하다"고 했다.

또 출장길에 명성을 듣고 짬을 내 들렀다는 김세진(39.대전시 은행동)씨는 "꼭 영천장이 아니더라도 주말에 가까운 재래시장을 찾는 것도 주5일 근무시대의 새로운 재미거리가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천.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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