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나라님이 약(藥)없어 죽나"

제아무리 좋은 약을 쓰고 극진한 간호를 해도 죽으려면 죽는 것이고 약 안쓰고 내버려 두어도 살려면 나아서 일어난다는 우리네 속담이다.

국가보안법 폐지.개정을 싸고 한쪽은 보안법이 없으면 망한다고 하고, 반대쪽은 보안법이 있으면 망한다는 식으로 사생결단인 찬반론자들의 분열을 보면서 언제부터 우리 대한민국이 보안법이 없어서 망하고 보안법을 없애면 흥하는 이상한 수준의 나라가 됐는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나라당이나 폐지불가론자쪽은 노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들이 보안법을 없애든지 말든지 정권 임기때까지 멋대로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두라고 권하고 싶다.

반대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게도 야당과 80%의 국민이 원하거든 운동권 시절 한 맺히고 억울하게 당했다 싶었던 '악법'이지만 그냥 그대로 손질만 약간해서 내버려 두라고 충고하고 싶다.

견강부회일지 모르나 이유는 이렇다.

한나라당쪽에서도 냉정히 생각해보라. 당신들은 지금 보안법이 시퍼렇게 눈뜨고 살아 있다고 우길지 모르나 이미 보안법은 맥풀린 채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나라 구석구석에 친북과 김정일 찬양이 넘쳐나고 인터넷에는 수십개의 친북 사이트가 떠 '김정일 장군의 통일전략'과 6.25 한국전쟁은 북침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경찰 보안관계 기관이 김정일 찬양물 등 불법 게시물 삭제를 요청해도 국보법 폐지론자들의 사이트는 '삭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공권력에 맞서고 있다.

그러고도 털끝하나 안건들린채 건재하다.

"요즘은 간첩이 없어서 안잡나, 있는데도 안잡나. 간첩 잡았단 소리 들어 본지도 오래다"는 얘기를 곧잘 들었던 것도 좌파성향이 강했던 DJ정권 이후부터였다.

첩보공작세계에서 간첩 수사발표를 로또 복권 당첨 발표하듯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발표없다고 간첩 안잡았은거 아니냐는 의구심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 내심에는 도처에 친북사이트가 넘쳐나고 KBS 방송에까지 북한 적기가(赤旗歌)가 거침없이 흘러나오며 간첩출신이 군장성 조사를 하는 세상이 돼 가는 가운데 간첩 잡았단 소리는 뜸해지니까 '보안법 너 살아있어?'라는 의구심이 들게된 것도 막을 수 없다.

마치 곡식창고에 쥐가 곡식을 축내고 다니는걸 막으려면 고양이를 두는게 당연하지만 그 고양이가 쥐를 제대로 안잡고 꽁지 빼면 그 고양이는 없애나 두나 매한가지 인 것처럼 국보법도 꽁지뺀 고양이 처럼 돼 버리면 미련둬 봤자다.

나라님이 약없어 죽는거 아니듯 설사 죽을 힘을 다해 약(보안법)을 쓰려고 해봤자 이미 전염범위가 넘치기 시작한 친북 용공병세가 수그러들리 없다.

이미 국회를 장악한 그들은 보안법보다 더한 것도 없애고 만들고 맘먹은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앞으로 또 무슨 기상천외한 법을 들고나올지 예측 불허다.

힘빠진 원로들이 말린다고 들을 사람들이 아니다.

약을 써도 죽으려면 죽듯 보안법이 있어도 "머지않아 우리 조국은 통일 강성대국이 될 것이며 우리 민족은 존엄 높은 김일성 민족으로 자랑을 떨치게 될 것"이란 친북사이트 주장대로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약 안써도 살려면 살듯이 저들 요구대로 보안법 없애줘버려도 자유민주국가의 평화와 국민의 주권은 자유 체제가 지닌 자연생명 치유력에 의해 잘 지켜질 것이다.

결국 법 하나 지키려 싸우기 보다 민주 체질을 강화하고 자유경제체제를 지켜내는데 힘을 모으는게 더 현명하다.

우리당과 보안법 폐지론자들도 매한가지다.

보안법 때문에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안된다거나 개성공단 조성과 금강산 관광이 안된다거나 쌀보내기가 안되고 이산가족 상봉이 안되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보안법 때문에 우리당이나 노 대통령이 진정한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는게 몇가지나 되는가. 보안법에 시달렸다는 그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과거처럼 그 법을 남용할리도 만무하다.

국보법이 있어도 필요한 친북 정책 다 추진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

꼭히 없앨 이유가 절박하지 않다.

양쪽다 국보법이 있든말든 국론 찢어가며 으르렁거릴 것 없다는 얘기다.

결국 인도적으로 또 합리적으로, 민족통일에 진정으로 걸림돌이될 부분만 손질을 한뒤 있는듯 없는듯 던져두는 것이 분열과 갈등을 이어가는 폐지론 싸움보다는 나라를 위해 훨씬 더 유익하다.

어차피 국가의 존립은 나라님의 약처럼 법 하나 있고 없고에 달린 것이 아니라 국운과 다수 국민들의 건강한 민주적 사상, 자유체제 수호라는 큰 기운 기르기에 달려있다.

잡초는 땅기운이 좋고 곡식이 영글때면 저절로 말라 죽는다.

김정길(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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