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총칼 없는 戰爭

1985년 9월22일 뉴욕의 플라자 호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 5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이곳에 모였다.

수출 증대로 무역적자를 해결하는 것이 정도(正道)인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그래서 손쉬운 방법인 미국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위험한(?) 결정에 모두 손을 들었다.

소위 '플라자 합의'가 탄생한 것이다.

▲플라자 합의에 따라 일본 엔화는 순식간에 가치가 뛰어올랐다.

당시 달러당 260엔 대였으나 95년 4월에는 사상 최저인 80.6엔을 기록했다.

불과10년만에 인위적.정책적으로 환율을 무려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떨어뜨렸으니 시장 경제가 온전할 리 없다.

갑작스레 부자가 된 일본은 돈이 넘쳐나면서 일본경제를 버블상태로 끌고 갔다.

'잃어버린 10년'의 서곡이었다.

▲이제는 일본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환율을 올리려고 노력할 것이고 상대국은 이를 저지하려한다.

그래서 '역(逆) 플라자합의'가 생기고 뒤이어 '제2 플라자합의'가 등장한다.

자신의 부담을 남의 나라에 떠넘기려는 이러한 환율정책은 근린궁핍화(近隣窮乏化)정책으로 낙인 찍혀 있으나 강대국의 횡포같은 이같은 환율전쟁이 바로 오늘날 국제외환시장의 현실이다.

▲중국의 위안(元)화가 드디어 환율전쟁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일 워싱턴 G7 재무장관회담에 처음으로 참석한 중국은 위안화 '변동환율제'를 공식 약속했다.

중국은 94년 이중환율제를 폐지하고 단일환율제를 채택했다.

1달러 5.8원(元)에서 8.7원으로 대폭 절하한 것이다.

덕분에 중국의 수출은 크게 늘어났고 주요 교역국은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이미 WTO에 가입했고, G7 공식 멤버를 넘보는 중국을 시장경제 밖에서 놀게 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국이 세계 무대로 나서려면 환율 자유화는 피할 수 없는 명제다.

아직 실시 시기는 미정이지만 거대 경제로 훌쩍 커버린 중국인만큼 그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발등의 불'이다.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 제1 교역상대국이 된 중국의 위안화 변동은 한국경제를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소리없이, 총칼없이 이렇게 '환율전쟁'은 우리를 옥죄고 있다.

내부 갈등과 혼란에 매달려있는 한국, 환율전쟁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 걱정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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