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5일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의 ' 사의'를 즉각 반려한 것은 군의 사기 저하와 정치적 부담을 사전에 막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남 총장이 그동안 육군 조직을 별탈 없이 이끌어온 만큼 이번 사태를 빌미로 사의를 수용한다면 자칫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군이 흔들리고 장병들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는 국군통수권자의 판단이 사의를 반려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군 검찰이 일부 진급자의 음주운전 경력을 문제삼아 초법적인 권한을 갖고 '과잉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배후로 청와대와 집권당을 지목하며 거세게 반발한 기류도 노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군내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사의를 선뜻 수용한다면 '협력적 자주국방'을 목표로 국방개혁 청사진을 그려온 윤광웅 국방장관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노 대통령은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전방 선전물 철거와 군 사법개혁, 국방문민화 등에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입장을 표출해온 남 총장을 임기도중에 하차시킬 수도 있지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많은 상황을 우려해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현재로서는 코드가 다소 맞지 않더라도 경질할 게 아니라 군을 안정시켜 국방개혁작업에 동참시키는 쪽으로 이끌고 가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한 데는 남 총장의 개인비리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도중에 군복을 벗긴다면 '가급적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강조해온 평소 인사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는 임기보장이 중요하다'는 소신을 여러 차례 피력했고, 올해 10월 정기인사에서도 군 인사적체 해소 차원에서 대장급 장성 인사가 필요하다는 군 일각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한편 노 대통령의 이번 사의 반려는 진급비리 의혹으로 곤욕을 겪고 있는 남 총장을 사실상 사면한 것으로 해석돼 앞으로 군 검찰의 수사는 극히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군 검찰은 관련자 진술이나 구체적인 범죄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육군 장성들을 함부로 소환하는 등 무리한 수사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남 총장이 이번에 '승부수'로 던진 전역지원 의사가 반려됨에 따라 육군준장 진급자 20명을 거명하며 비리의혹을 주장했던 괴문서 살포자에 대한 국방부 합조단의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합조단은 괴문서가 뿌려진 국방부 청사 부근의 간부숙소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폐쇄회로 테이프를 수거해 정밀분석 작업을 벌여 일부 의심스런 행동이 포착된 장교들을 용의자 집단으로 분류해 범위를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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