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동길의 베트남 여행기-(14)6시간 船上여정

베트남 배낭여행 중 육로로 앙코르와트에 가기로 했다. 저녁쯤 프놈펜에 도착, 숙소 문제로 한참 동안이나 시내를 방황했다. 영어가 안통해 숙소를 쉽게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행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프놈펜의 인력거들이 마치 벌떼처럼 달려들어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경운기 정도되는 소형차를 변형시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운행비는 1인당 2, 3달러 정도로 3~4 명을 태워 10달러를 받았다. 어느 구간이든 시내는 거의 같은 비용을 요구했다.

프놈펜의 밤하늘은 베트남보다 또 다르게 적막했다. 별빛도 희미하고 어둠이 짙게 깔린 강물위로 이따금씩 떠다니는 고깃배가 간혹 반짝거리고 있을 뿐 너무나도 어두운 도시였다. 저녁을 먹고 난 후 호텔 4층의 레스토랑에서 야경을 즐겼는데 전기 사정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어두운 도시였다.

아침, 프놈펜 우정의 다리(Japan bridge) 밑에서 쾌속정에 올랐다. 쾌속정은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메콩강 줄기의 강물 위를 서서히 지나가고 있었다. 강 주변에는 수상가옥이 늘어서 있어 마치 강물위의 시장을 관광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수상학교, 수상마켓, 수상배 공장, 정비공장 등…. 우리가 지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미비하고 초라하지만 물위에 있었다. 모든 것을 쪽배로 움직이는 그들의 일상은 답답했고 수 천 년을 흘러온 강물은 마치 해묵은 오물 빛깔과 퀴퀴한 냄새가 나 구토증을 느끼게 했다.

호수라기 보다는 바다와 같은 톤레사프에 들어서니 동서남북을 살펴봐도 물 뿐이었다. 마치 죽음의 계곡에 들어선 듯한 섬짓함으로 신경이 곤두섰다. 그러나 이 곳은 캄보디아의 풍부한 어업자원을 제공하는 거대한 호수로 물고기가 매우 많이 서식하고 먹을 수 있는 물도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6, 7 시간의 선상위 여정이 끝나고 육지에 오르니 호텔 안내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동차로 패인 길을 열심히 달려 앙코르와트 근교에 잇는 시엠레아프에 도착했다. 잠시 휴식한 뒤 오후에 앙코르와트 사원으로 향했다. 9~15세기에 걸쳐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부에 위치한 이곳은 앙코르 왕조가 융성했지만 왕조가 멸망한 뒤 수세기동안 밀림 속에서 방치된 곳이다. 놀랍고도 거대한 신비의 궁전이었다. 우와! 세상에! 세상에! 입이 탁! 탁! 벌어지는 놀라움이 저절로 느껴졌다. 그 신비로움은 신의 작품이지 인간이 만든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앙코르톰 , 바욘사원 , 바프온사원 , 구왕릉 , 되미아 , 나키스신전 , 코끼리테라스 , 리퍼킹…. 사원마다 석조가 워낙 아름답게 조각되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커다란 도시'라는 뜻의 앙코르 톰 남문입구 정면을 들어서면 아수라와 신들이 양쪽으로 마주보고 있는 석상들이 있다. 또 앙코르와트를 관광하는 동안 벽마다 새겨진 '압살라 춤(민속춤)'의 조각상을 볼 수 있는데 몸을 비틀며 추는 춤의 모습은 매우 특이했다.

우리는 마지막날 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압살라 춤'을 보았는데 화려한 의상의 무희가 두 팔을 꼬며 손끝으로 기교를 부리는 춤을 구경하는 동안 캄보디아의 역사가 왜 섬세하고 정교한 석조물로 상징되는가를 알게 되었다. 거의 10시간의 강행군이었지만 명주솜나무 뿌리가 사원의 지붕과 담장을 휘감고 있던 앙코르와트의 천년의 신비는 어떤 여행지에서도 받을 수 없던 감동이었다.

전 계명대 교수·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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