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팔꿈치 한번 만져 봐. 거기에 살이 야무지게 딱 안 붙어있고 흔들흔들 잘 놀지? 그게 왜 그렇게 됐는지 얘기할 테니 잘 들어 봐.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형과 아우가 살았는데, 이 둘은 마음씨가 아주 딴판이었어. 아우는 착해서 남을 잘 도와주는데, 형은 욕심이 많아서 허구한 날 심술만 부린단 말이야. 그러니까 마을 사람들이 입만 열면 아우를 칭찬하고 형을 나무라거든. 형은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아우를 먼 데 갖다버릴 작정을 했어.
하루는 형이 아우를 꾀어서 둘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지. 먼 데까지 가서 조그마한 바위섬에 닿았어. 둘이 섬에 올라가서 놀다가, 아우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형은 저 혼자서 배를 타고 돌아와 버렸지.
혼자 섬에 남게 된 아우는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먹으면서 겨우겨우 목숨을 잇고 살았어. 그런데, 집도 절도 없이 고생스럽게 살다 보니 날이 갈수록 몸이 점점 야위어서, 나중에는 숨만 겨우 붙어 있는 지경이 됐어.
그렇게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하루는 하늘에서 두루미 한 마리가 훨훨 날아오더니,
"내가 너를 뭍에까지 태워다 줄 터이니 물고기 일곱 마리만 잡아 다오."이러거든. 그래서 아우가 밤낮으로 용을 써서 물고기 일곱 마리를 잡아 줬어. 두루미는 그 중에 한 마리는 먹고 나머지 여섯 마리를 아우에게 주면서,
"자, 이걸 가지고 내 등에 올라타라. 내가 날아가다가 힘이 빠지면 '후유' 하고 한숨을 쉴 터이니, 그 때마다 내 입에 물고기를 한 마리씩 넣어 다오. 만약 한숨을 쉬는데도 물고기를 안 넣어 주면 더 날지 못할 것이다."
이런단 말이야. 아우는 그 말을 잘 새겨듣고 두루미 등에 올라탔지.
두루미는 아우를 등에 태우고 훨훨 날아갔어. 한참 가다가 날갯짓이 점점 느려지면서 '후유' 하고 한숨을 쉬기에 얼른 물고기 한 마리를 입에 넣어 줬지. 그랬더니 과연 두루미가 다시 힘을 내어 잘 날아가더래. 한참 가다가 또 '후유' 하고 한숨을 쉬기에 물고기 한 마리를 입에 넣어 주고, 한참 가다가 한숨을 쉬기에 또 한 마리를 줬지. 이렇게 물고기 다섯 마리를 두루미 입에 다 넣어 주고 딱 한 마리가 남았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뭍에 닿는 거야.
이 때 두루미가 또 힘이 빠졌는지 '후유' 하고 한숨을 쉬더래. 그래서 물고기를 먹여 주려고 딱 집어들다가, 아뿔싸, 그만 손에서 놓쳐버렸네. 그러니 물고기가 아래로 떨어져서 바다에 풍덩 빠져버렸지 뭐야.
"아이고, 큰일났다."
물고기를 안 먹여 주니까 두루미는 날갯짓이 점점 느려지면서 자꾸자꾸 밑으로 내려가지. 이러다가는 둘 다 물에 빠져 죽을 것 같거든. 아우는 급한 나머지 얼른 자기 팔뚝을 두루미 입 속에 넣어 줬어. 그랬더니 두루미는 팔뚝을 뚝 잘라 먹고 다시 힘을 내어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기 시작하더래.
이렇게 해서 둘은 무사히 뭍에 닿았어. 뭍에 닿은 뒤에 두루미가 '캑캑' 하더니 팔뚝을 다시 토해내 가지고 아우 팔꿈치에 턱 붙여 주더래. 그러니까 감쪽같이 붙었어.
그런데, 아무래도 떼었다가 도로 붙인 곳이니까 야무지게 딱 붙어 있진 못하지. 그 때부터 팔꿈치살은 흔들흔들 잘 놀게 된 거란다.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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