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방문판매업을 하는 이모(48·여·서구 평리동)씨는 요즘 한 달 벌이가 10만원도 채 안되지만 매월 6만8천여원 상당의 국민연금 고지서를 받고 있다.
월 70만원을 버는 환경미화원 남편, 대학에 다니는 남매 등으로 생계에 쪼들리던 이씨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납부 예외자로 신고했지만 거절당했다.
납부 예외자 인정은 소득이 아예 없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혜택도 줄어든다는데 국민연금을 이참에 아예 폐지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폐질환으로 투병중인 윤모(71·달서구 본리동)씨는 매월 내는 3만5천원의 보험료도 버겁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생활비를 보조해주는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보다는 조금 나은 차상위 계층인 윤씨는 "아내가 좌판을 해서 버는 70여만원이 수입의 전부이다보니 13평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아들 대학 등록금을 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보험료 감액을 공단 측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중증재생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는 아들(8)을 둔 이모(41·여·남구 이천동)씨는 꼭 필요할 때는 보험이 안 되는 치료가 많아 어려운 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줬다고 말했다.
이씨는 "2개월 입원·치료비로 1천만원 가까이 들었는데, 가족 골수검사비, 수혈비용은 급여 혜택을 받지 못했고 '누코젠', '그락신' 등 위급시 백혈구 수치를 올리는 약도 보험혜택 기준이 제각각이었다"고 말했다.
전 국민 복지증진을 위한 정부 핵심시책인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서민 생계를 짓누르는 '준조세'란 악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제도는 연금·보험액 부과단계부터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부담만 늘고 정작 혜택은 줄어들어 원래 소득재분배 취지를 잃어버리는 등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6월 기금고갈 우려를 내세워 국민연금제도 개정 불가피 입장으로 돌아섰고, 연금 납입액은 현재 소득의 9%에서 2030년까지 15%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고, 지급액은 소득의 60%에서 50%로 줄이기로 했다.
또 지난해 연금보험료를 내고 있는 543만명 중 62%인 338만명이 실제 소득보다 낮게 신고한 것으로 추산되는 등 형평성 부과에도 실패했다.
건강보험도 올해 1조5천여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매년 건보료가 인상되고 개인부담이 계속 늘어났지만 혜택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보건복지관련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로 운용될 경우 국민들이 과연 이들 제도 자체의 존속을 위해서인지, 자신의 복지를 위해서 돈을 내는지 헷갈릴 정도"라면서 "이들 두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광범위한 국민저항을 부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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