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가수혈, 감염 위험과 혈액난의 대안

혈액사고로 인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헌혈자가 줄어든 가운데 겨울이란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혈액부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일부 지역의 경우 보유한 A, O형의 혈액형이 1일분이 안 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자 등록된 헌혈 회원과 각 단체에 헌혈 참여를 호소할 정도다.

수혈이 필요한 수술을 앞둔 환자나 가족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다행히 충분한 혈액이 확보되어 다른 사람의 피를 공급받아도 뭔가 꺼림칙하다.

아무리 철저한 혈액관리를 한다 해도 감염의 위험성이 100%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감염시키는 HIV는 그 진단 방법상 항체가 생성되기까지 감염 여부를 알 수 없으며, 최근 개발된 핵산증폭검사법(NAT)도 감염된 후 11일쯤 지나서야 양성판정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수혈이 때로는 생명을 구하고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AIDS는 물론 간염, 매독, 말라리아 등 여러 가지 질환을 전파시키는 역기능도 있다.

이 같은 감염 위험과 혈액 부족난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대안으로 자가수혈이 관심을 끌고 있다.

자가수혈은 수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의 혈액을 헌혈과 같은 방법으로 미리 채혈해 뒀다가 필요한 경우에 수혈하는 것이다.

자가수혈의 장점은 다른 사람의 혈액을 받는데 따른 감염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고, 수술 전 일정 간격을 두고 채혈하기 때문에 조혈기능을 촉진, 수술 후 혈액학적으로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다.

또 다른 사람의 혈액이 들어와 인체 내에 일으킬 수 있는 동종면역의 형성, 발열, 알레르기 반응 등을 방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가수혈은 누구나 가능한 것일까. 일반적으로 수술 중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은 의사의 진료를 통해 대부분 가능하다.

그리고 헌혈을 할 때보다 그 기준이 까다롭지 않다.

간염이 있는 경우 다른 사람을 위해선 헌혈을 하지 못하지만 자가수혈은 가능하다.

물론 열이 있거나 심한 설사를 하는 경우, 암 환자 등 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에는 채혈을 하지 않아야 한다.

채혈은 보통 수술 예정일 3주 전부터 시작한다.

필요한 혈액량에 따라 1주일 간격으로 채혈하기도 한다.

박성화 경북대병원 혈액은행 실장은 "아직 자가수혈 건수는 한 달에 30여 건에 불과하다"며 "이들 중 대부분은 치과 환자들인데 예정된 수술을 할 수 있는 정형외과, 산부인과 등 다른 분야의 환자들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대학병원의 경우 수술 환자의 40% 이상이 자가수혈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자가수혈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 홍보가 잘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자가수혈의 장점을 설명하고 권장한다면 좀 더 안전한 수혈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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