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칼럼-수면과 건강

최근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내담자 본인은 잠을 전혀 자지 못했다고 걱정을 하지만 실제 가족들에게 물어보면 코를 골며 잠을 잘 자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는 잠자는 시간과 잠자는 동안의 수면의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가 잠자리에 든 후 잠이 들기 시작하면 정상적으로 몇 단계의 수면 형태가 주기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생리학적인 변화를 측정하는 뇌파검사를 해보면 뇌파의 모양에 따라 5가지 특징적인 수면 단계가 나타난다. 수면 동안에 눈동자의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는 1단계~4단계 수면(NREM 수면이라고 함)이 먼저 나타난 후 눈동자가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REM 수면단계가 나타난다. 이것이 한번의 주기를 이루고 이러한 주기가 보통 8시간 수면 중에 4, 5번 반복이 된다. REM 수면의 뇌파 모양은 깨어 있을 때 나타나는 뇌파 모양과 유사하며 이때 우리는 꿈을 꾸게 된다.

잠을 자는 동안이라도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얕은 수면이 너무 많아서 잠자는 동안에 자주 깨거나 꿈을 지나치게 많이 꾸는 것은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은 경우이다. 이때는 가족이 옆에서 보기에 잠을 잘 자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코를 곤다는 것은 잠을 깊이 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흔히 말하는 '숙면'이란 잠을 자고 난 후 다음날 아침에 상쾌한 기분으로 깨어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인간에서 수면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첫째, 휴식 기능을 들 수 있다. 잠자는 동안 우리의 몸은 단순히 숨을 쉬는 작용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낮 동안에 무리하게 움직이던 모든 기관이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날의 건강한 활동을 준비하는 시간이 바로 수면이다. 인체의 여러 장기와 조직 가운데 뇌를 비롯한 중추신경계가 잠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는다.

둘째, 영양공급 및 성장촉진 기능이 있다. 잠자는 동안에는 낮 동안 쌓인 각종 피로물질들을 제거하고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활동도 일어난다. 낮에는 특정한 호르몬이 소비되는 반면 수면 중에는 내분비계에서 새로운 호르몬이 생산된다. 이들 중에는 NREM 수면 동안 뇌하수체에 의해 분비되는 성장촉진 물질인 성장호르몬이 있다. 갓난아이들은 성장을 위해 수면 시간이 매우 길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셋째, 수면은 우리의 기억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하버드의대 정신과 교수인 스틱골드 박사는 그의 실험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연습하는 경우 이것을 어느 정도 하고 난 후 잠을 자는 것이 밤을 새는 것 보다 그 다음날 더 많은 것이 기억에 남게 된다는 것을 밝혔다.

최근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알렉산드로스 브곤차스 박사가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잠을 깊이 자고 수면 부족에도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내 놓았다. 이렇듯이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수면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자느냐가 아니라 잠을 자는 동안에 얼마나 질적으로 효율적인 잠을 자느냐하는 문제이다.

김희철(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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