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가마귀떼 들판을 쪼아대고 있었어요
마을은 문을 닫고 눈을 맞고 있었어요
눈을 받아먹는 하천의 혓바닥이
마른 돌덩어리를 적셔주고 있었어요
보이지 않는 하늘 깊은 곳에서 내려온 눈이
겨울바다의 얼굴을 씻어주고 있었어요
재갈매기떼 울음이 바다를 쪼아대고 있었어요
길도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고 있었어요
이토록 미치게 아름다운 풍경 있어, 살수록
춥고 쓸쓸한 마음 조금은 위로 받을 수 있었어요
문영 '겨울, 감은사지 부근'
'시는 영원한 자동사이다.
'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
의식주의 경우와는 달리 문학이란 생존의 차원에서 삶을 간섭하거나 구속하지 않는다는 뜻이리라. 갈가마귀떼의 들판, 문 닫은 마을, 눈 내리는 하천, 마른 돌덩어리, 겨울바다, 재갈매기떼 울음 등 무공해한 것들로만 구성된 풍경은 미치게 아름다운 시 같다.
그것은 그냥 그렇게 그곳에 영원한 자동사로 있다.
차 타고 쌩쌩 함부로 풍경 속을 달리지 말라. 발걸음 멈춘 저 길의 시 읽기를 방해할까 두렵다.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