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전업주부(專業主夫)

뉴질랜드의 국조(國鳥) 키위새는 암컷이 낳은 알을 수컷이 품어 부화시키고 새끼도 잘 돌본다고 한다. 사회활동 하는 아내 대신 집안일을 하는 뉴질랜드인 남편들에게 '키위 허즈번드(Kiwi husband)'라는 애칭이 붙은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제니 쉬플리 전(前) 뉴질랜드 총리의 남편 버튼 쉬플리씨는 '키위 허즈번드'의 대표적 사례다. 아내가 국회의원이 된 뒤 3년 넘게 가사를 전담했고, 지난 97년 아내가 총리가 된 뒤로도 공식행사에 부부동반하면서 아내를 보필했다 한다.

▲맞벌이가 보편화 돼있는 현 중국의 남성들도 상당수는 '쭈오 판 칸 하이즈(做飯看孩子: 밥 짓고 아이 돌보는)' 남편들이다. 집에 초대한 손님에게 직접 요리를 해서 대접하고,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준뒤 출근하며, 퇴근길에 장을 봐와 저녁밥을 짓고 빨래하는 남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남편이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세칭 '전업주부(專業主夫)'가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비경제활동 인구 중 육아'가사활동을 하는 남자는 지난 11월 기준 14만8천명으로 10월보다 4.2%(6천명), 작년 11월에 비해서는 32.1%(3만6천명)나 늘었다. 월평균으로는 작년의 10만7천명에서 올해 13만9천명으로 30.1% 증가했다. 반면 '전업주부(專業主婦)'는 지난 해 월평균 656만3천명에서 올해 658만9천명으로 0.4% 증가에 그친다.

▲ 남자가 부엌근처에만 가도 큰 일 나는 줄 아는 우리네 통념상 놀랄만한 변화다. 특히 집안일과는 담쌓고 사는 것을 당연시하는(?) 경상도 남자들 중에도 전업주부가 적잖을 것 같다. 한데,서구나 중국처럼 부부평등 차원의 자발적 외조라면 얼마나 좋으랴. 서글퍼게도 우리 경우 실직이 주된 이유다. 얼어붙은 경제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가장들이 육아와 가사를 맡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

▲2006년부터는 아내 출산때 남편에게도 5일간의 의무 출산휴가가 주어지는 새로운 출산장려책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대신 남편들이 출산 뒷바라지를 하는 모습도 많이 게 될 듯하다. 팽팽 돌아가는 시속(時俗) 따라 남성들 스스로 생각의 방향을 유연하게 바꿔가야할 세상인 것만은 틀림없나보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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