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등의 저자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교수가 '강의 나의 동양 고전 독법'을 펴냈다. 저자는 왜 동양 고전이냐는 물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동양 고전에는 과학과 종교의 모순이 없으며 동양 사회의 도덕적 구조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관계 등 인문주의적 가치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서구의 동양에 대한 관심은 이와 같은 성찰적 동기가 아닌 초국적 자본의 시장 확장 목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과 이러한 열망을 사회화하기 위한 거대 담론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는 고전 담론을 통해 비판적 전망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저자의 동양 고전에 대한 관심은 투옥 생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분단과 군사 독재에 저항하면서 열정을 쏟았던 학생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감옥에 들어간 후 나 자신의 정신적 영역을 간추려 보는 지점에 동양고전이 있었습니다." 그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하면서 모든 문제를 근본적인 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고전 독법을 통해 과거를 재조명하고 현재와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역사는 다시 쓰는 현대사라고 합니다. 고전 독법 역시 과거의 재조명이 생명입니다. 당대 사회의 당면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전 독법의 전 과정에 관철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옛것을 익혀서 새로운 것을 안다)'을 통해 영원히 지나가고 다시 오지 않는 과거는 없으며 과거의 아픔 때문에 고통받기도 한다며 과거는 현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시경, 서경,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순자, 대학, 양명학 등 동양 고전 독법 눈높이를 비전공자들에게 맞춘 뒤 화두를 걸어 놓고 가장 기본적인 고전에서 문안을 선정, 원문을 함께 읽고 해석하는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화두는 자본주의 체제의 물질 낭비와 인간 소외, 황폐화된 인간관계를 성찰하는 '관계론'. 강독하게 될 예시 문안들은 대체로 관계론적 사고를 재조명할 수 있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학이편(學而篇)에 있는 다음 구절로 논어 강독을 시작한다. '학이시습지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불역낙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어찌 즐겁지 않으랴)'. 저자는 학이편에 있는 논어의 첫 구절에 학습을 언급한 것은 춘추전국시대 사회 재편과 무관하지 않으며 멀리서 벗이 온다는 것은 새로운 인간관계가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또 화동논의(和同論議)의 의미를 심화시켜 나가고 있다. 저자는 지배와 억압, 흡수와 합병의 논리인 동을 화의 논리 즉 공존과 평화의 논리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변화라고 강조한다. 돌베개 펴냄, 515쪽, 1만8천원.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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