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인 경복궁 '광화문' 현판
교체는 승자의 역사파괴라는 한나라당 김형오 국회의원의 공개서한에 대해 그의 40
년지기인 유홍준 청장은 27일 "광화문 현판 교체는 이미 1997년에 결정된 사항"이라
는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
이 편지에서 유 청장은 "광화문 현판 교체는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1997년
경복궁 복원 계획 속에 들어 있던 것으로 2003년도 공청회도 거친 사항이다"고 주지
시킨 뒤 "다만 그것이 '뜨거운 감자'여서 누구도 잘 건드리지 않고 미루어져 온 사
안"이라고 말했다.
유 청장은 "올 8.15 광복 60주년 행사가 광화문과 근정전 사이에서 열리게 될
예정이어서 (현판 교체를) 불가피 시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판 교체 대상이 왜 정조 글씨여야 하느냐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는 "그것은 (
문화재청이 생각하는) 여러 안(案) 중 하나"이며 고궁(古宮) 품격에 맞추기 위해 ▲
현역 대표 서예가의 글씨 ▲조선왕조의 대표적 서예가의 글씨 집자 ▲임금 글씨, 즉,
어필(御筆) 중 하나를 택하는 세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현역 대표 서예가는 여초 김응현 선생인데 현재 병중이라 힘든 실정
이고 한석봉과 추사 김정희 글씨를 집자하고 있다"면서 어필은 조선시대 왕들이 많
은 글씨를 남기지 않아 "'光化門' 세 글자의 집자 가능한 분은 정조대왕밖에 없다"
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훈민정음 집자도 생각했으나 실패했다"면서 "정조는 경복궁과 인연이
없으나 조선왕조의 명군(名君)이고 글씨도 품격이 있어 어필 안으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 청장은 이상과 같은 세 가지 안, 즉, ▲한석봉 집자 ▲추사체 집자 ▲어필(
정조) 집자를 갖고 "오는 3월 문화재위원회 합동회의에서 심의하여 결정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이 내가 노 대통령을 정조와 비교했던 일을 연상하며 나를 '아부쟁이'
내지 '어용학자'로 몰고 있다"면서 "진짜 (대통령이) 개혁을 하시려면 정조를 통해
개혁을 배우십시오"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유 청장은 그런 이유 때문에 "내가 (정조) 관계 저서까지 사서 (대통령에게) 보
낸 것"이라고 하면서 "김형오 의원! 아시다시피 내가 누구에게 아부하는 것 보았습
니까?. 그걸 할 줄 몰라 길바닥에서 10여 년을 백수로 지낸 시절이 있음을 잘 알지
않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유 청장은 또 "내가 뭐가 아쉬워서 대통령에게 아부를 합니까. 아부를 하려면
대통령이 내게 일 잘해 달라고 부탁을 해야지"라고 편지를 이었다.
편지는 또 "문화재청이 관리하고 있는 아산 현충사, 이것은 이순신 장군 사당이
라기보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같은 곳"이기 때문에 "저는 이곳을 손보거나 (박 전
대통령 친필인) 현판을 떼 내는 일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지는 말미에 "그리운 벗 김형오 의원! 35년 전 대학 3학년 때 무전여행 중 부
산 영도의 아담한 집에서 하룻밤 묵어가며 자네 어머니가 손에 쥐어준 여비로 경부
선 기차를 탔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서울에 돌아와 내가 받은 것은 무기
정학 통보서였답니다. 그때 나는 눈을 감고 세상에 대해 스스로 맹세했습니다. 이 '
빨간 증서'는 결코 부끄럽게 세상을 살아가지 말고 시대가 요구하는 '지조 있는 선
비'의 길로 가자고"는 말로 맺음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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