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환경'은 서로 상반된 개념이다. 개발을 앞세우면 환경이 훼손되고, 환경을 강조하면 개발이 위축된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란 이 상반된 개념의 절충점에 다름이 아니다.
천성산 터널 중단, 새만금 지연, 원전센터 무산 등 국책사업이 표류하고있는 것은 이 절충점 찾기에 실패한데 그 원인이 있다. 정부는 이미 결정된 청사진대로 추진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하고, 환경단체들은 중단하는 것이 더 국가의 이익이라고 강변한다. 둘 사이서 이를 조정해야 할 환경전문가들도 두 쪽으로 갈려서 아웅다웅이어서 국민을 헷갈리게 한다. 이 때문에 국책사업마다 수천억 원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데도 책임질 사람하나 없다.
이렇게 된 연유가 선거때 표를 의식한 역대정치권이 국책사업을 잘못 결정한 데 있든, 환경을 무시한 채 이를 추진한 정부에 있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고 결론을 빨리 내릴 수록 좋다. 환경영향평가'재평가, 법정공방, 찬'반 극한대결을 거듭하며 이대로 미적거리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현재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정부 내에서 환경부만이라도 제대로 역할을 했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환경청이 환경부로 승격되는 등 입지가 강화되긴 했어도, 환경부는 재경부나 건설부 등 개발을 우선시하는 힘있는 경제부처의 눈치만 살피며 제 목소리를 낸 적이 거의 없었다. 경제부처에서 제시한 각종 프로젝트에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환경부의 입장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형식적이고 부차적일 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농림부의 처지와 마찬가지였다. 농림부도 정부 내에서 뒷방신세였다. 그래서 수많은 '농촌'농업 살리기' 대책이 나왔어도 도'농격차는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농촌은 아기울음 소리가 끊긴 채 노인들만 남은 텅빈 폐허로 변했다.
문제는 환경부의 위상이나 입지를 이대로 두고서는 제2 제3의 천성산터널, 새만금, 부안사태와 같은 일이 속출할 것이 예상된다는 데 있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현 정부의 뜻대로 '행정중심 복합도시'가 착공될 경우 공주와 연기지역은 3천여 만평의 농지와 숲이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일 것이다. 필연적으로 물부족이나 수질, 생태계 대량파괴 문제가 발생할 터인데도 환경부는 묵묵부답이다.
왜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는가. 혹여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 중에 환경단체가 공사 중단 헌법소원이라도 제기해 그것이 받아들여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환경부가 이런 문제점들을 미리 걱정하고 제기않는다면 직무유기 이다.
환경부가 그 반대로 각종 건설 프로젝트가 수립될 때부터 주무부서로서의 입장이나 견해를 당당히 밝혀 문제점이 사전에 수렴된다면 정부와 환경단체가 지금처럼 극한투쟁으로까지 번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환경단체들이 대안없이 너무 일방적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으나, 이들이 극한투쟁을 벌이는 것도 환경부가 이 같은 완충역할을 제대로 못한 데 책임이 없지 않다.
천성산, 새만금, 부안 사태와 같은 악순환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환경부나 지방 환경청의 기(氣)를 살려줘야 한다. 정부 내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조직에서 1차 비판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환경적 측면에서 할 말을 할 수 있겠끔 힘을 실어줘야 한다.
참여정부는 환경단체들의 주장대로 개혁과 혁신이란 구호아래 '신개발주의'정책을 남발하고 있는 면이 없지 않다. 골프장 경기부양론을 내세워 골프장 무더기 건설을 추진하고, 수도권에는 송도신도시 판교신도시 등 하루가 멀다시피 신도시가 들어서고 있다. 어디 이 뿐인가. 건설부는 각종 고속도로에서부터 철도부설에 이르기까지 이 좁은 땅덩어리를 온통 도로로 만들려는지 장'단기 착공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다 '행정중심 복합도시'건설과 더불어 광역지방자치체마다 2,3개의 산업혁신도시도 만든다고 한다.
참여정부의 각종 매머드 개발 계획은 '개발'과 '환경'의 충돌을 수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가. 따라서 우리는 이제 이런 모든 개발계획과 정책들이 '지속 가능한 개발'의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개발과 환경의 충돌로 인한 악순환을 막으려면 환경부서의 기를 살려 사전 점검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첫번째로 할 일이다.
崔 鍾 聲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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