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물>새 교황으로 선출된 라칭거 추기경

제 265대 교황으로 선출된 요제프 라칭거(78) 추기경은 가톨릭 내의 대표적 보수파로 꼽힌다. 독일 뮌헨 교구 대주교 출신으로 오랫 동안 교황청의 신앙 교리를 담당해온 그는 초보수적인 교리 해석을 하며 진보파들에 강력하게 대응해 '신의 충견(忠犬)'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해방신학, 종교 다원주의, 여성 사제 서품, 사제의 결혼, 개신교와의 합동미사(예배) 등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또 동성애와 이혼, 인간복제, 콘돔 사용, 혼전 성관계 등을 강력하게 비난하고거부하는 등 사회 윤리에서도 보수적 시각을 견지해왔다.

가톨릭이 세계 곳곳에서 세속주의 및 타 종교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만큼 시류에 흔들리건 영합하지 않고 정통 원리 원칙에 충실해야 하며, 바티칸이 확고한 중심을 잡고 전세계 가톨릭을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전임 요한 바오로 2세는 그의 학식과 노련함은 물론 이러한 보수적 신앙관이 마음에 들어 중용했으며, 아울러 가톨릭 내 다수인 보수파들도 그를 지지했다.

반면 독일을 비롯한 서구의 진보적 신자들과 일부 사제, 신학자들로부터는 '시대착오적인 종교관과 윤리관으로 가톨릭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거나 '교계 민주화에 반대하는 바티칸 권력 집중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지난 13일 유럽의 기독교적 전통을 되돌아보라는 내용을 담은 저서를 출간했으며, 콘클라베 개시일인 18일 오전 특별 미사를 집전하면서 교회의 절대적 진리를 수호할 인물을 교황으로 선출할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와 보수적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성품은 대조적이다.

그의 형 게오르크는 "천상 학자풍의 성격이어서 전임자 처럼 사람들과 금방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매료시키는 재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27년 4월16일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마르크트 암 인에서 경찰관의 아들로 태어났다. 1951년에 세 살 위인 형 게으로크와 함께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1957 년에 신학교수가 됐다.

그가 1969년 레겐스부르크 대학 교수로 부임했을 당시 그의 형 게오르크는 이미수년 전 부터 레겐스부르크 성당 성가대장으로 명성을 날리던 교회음악가였다. 레겐스부르크 시절 그의 보수적인 신학 강의와 마르크스주의 비판은 당시 대학가를 휩쓸던 68학생운동 세대와 많은 충돌을 빚기도 했다.

한편 그가 부총장을 맡고 있을 당시 총장이었던 디터 헨리히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매우 박식한 학자이자 유능한 행정가였다"고 회고하면서 그가 없으면 중요한 행정 처리를 하기 어려웠다고 평했다.

헨리히 전 총장은 "당시 회의에서 논쟁이 매우 치열하게 벌어져도 라칭어 부총장은 보통 아무 말도 않했으며, 막판에 그가 입을 열어 한 마디 하면 과열 분위기가놀라울 정도로 정리됐다"며 "그 때 부터 어딘 지 모를 권위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게오르크의 동생'으로 알려져있던 그는 1977년 바오로 4세에 의해 뮌헨 대주교로 발탁되며 형의 명성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4개월 뒤에는 '상대적으로 매우 젊은' 나이인 50세에 추기경이 됐다.

바티칸에 입성한 뒤에도 그는 매년 최소 4차례 이상 고향에 들르고 수시로 형과전화나 편지로 안부를 나누고 대화하는 등 가정과 고향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고 독일 언론은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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