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북선은 3층이 아니라 2층" 거북선 연구가 김영성씨

"거북선은 3층이 아니라 2층이고 전후진 조정이 가능한 배였습니다."

올해 충무공 탄신 460주년(4월 28일)을 기념해 대구KBS전시실에서 5월 3일까지 열리는 '세계군함모형전'에서 김영성(62·경기도 고양시)씨는 거북선 내부를 공개하며 거북선의 과학적인 원리에 대해 직접 시연해가며 설명했다.

"기존 학자들은 거북선이 3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 높이면 배가 뒤집어지죠. 2층에 148명의 포수와 노군이 함께 탑승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전투를 치렀습니다. 그 비밀은 멍에와 멍에 사이에 걸린 거북선의 노가 착탈(着脫)없이 전후진이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김씨는 최초로 거북선 내부를 직접 제작, 공개했고 노의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내부를 확대해 관람객들에게 그 원리를 설명해주고 있다. 이로써 돌격선인 거북선의 비밀이 벗겨졌다.

"귀갑등 위로 올라선 정찰병이 왜선의 동태를 파악하고 이순신 장군의 지시에 따라 거북선 안에선 노군과 포수가 힘을 합해 포탄을 나르고 포를 쏘아댔습니다. 왜선의 거리에 따라 천자포, 지자포, 현자포 등을 쏘아대면 일본군은 정신이 없었지요. 조선군은 안 보이는데 노를 저으면서도 포탄이 쏟아지니 말입니다. 거북선이 직접 돌격해 왜군의 선박을 부숴놓으면 거북선의 임무는 끝나고 판옥선이 뒷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세계 3대 해전 중 하나를 이끌었던 이순신 장군의 전략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죠."

김씨가 처음 거북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78년. 직장 연수차 일본에 갔다가 일본사람의 '거북선은 일본의 배'라는 주장을 듣고 거북선 연구에 돌입했다. 거북선 연구 27년째인 지난해 4월, 드디어 여러 가지 고서와 자료를 통해 그동안 논란이 분분했던 거북선의 비밀을 발견했다. 인천 바다에서 배를 띄워 전후진이 가능한 거북선의 노 원리를 직접 실험하기도 했다.

"거북선의 전후진 원리를 깨닫고 그 희열 때문에 한동안 잠을 못 이뤘어요. 아버님의 유언이기도 했던 거북선 원리 규명을 직접 해냈기 때문이죠."

김씨는 KBS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전투장면에 필요한 판옥선 및 일본의 배 모형을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20여 년 전부터 일부 일본인들 사이에서 꾸준히 '거북선은 일본 배'라는 망언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김씨는 안타까워했다. "작년에도 일본사람들은 미국 뉴욕에서 거북선의 옛 도면을 발표했어요. 물론 그때는 배 형태와 돛대의 위치가 틀리는 바람에 슬그머니 그 도면을 숨기기 바빴죠. 하지만 우리가 무관심해지면 독도와 마찬가지로 언제든 일본은 다시 그 주장을 펼칠 겁니다."

김씨의 관심 영역은 거북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 28년 동안 국내는 물론 36차례에 걸쳐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배 관련 전시회를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그 결과 한선(韓船) 97척의 모습을 복원해냈고 '세계범선도감'을 발간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배를 직접 그려나가고 있다. 현재 526척의 그림을 완성했고 앞으로 1천 척이 완성되면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그 중 한선 4척과 외국범선 11척은 모형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아직 거북선의 비밀을 80~90%밖에 알아내지 못했어요. 활과 화살, 포탄을 어떻게 날랐을까 하는 점은 앞으로 밝혀내야 할 점입니다. 한선 97척 모두를 모형으로 제작하고 세계범선도감을 완성하려면 앞으로도 할 일이 많습니다. 바다를 잃으면 우리 땅도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바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요."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사진:30년 가까이 거북선을 연구하면서 한선 복원에 힘을 쏟고 있는 김영성씨.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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