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밝은 색 칠하면 농촌도 밝아지죠"

무료 도장 봉사 나선 송정건설 직원들

'쓱싹 쓱싹…'

분주한 손놀림이 시작되면서 칙칙하고 지저분한 벽들이 화사한 새 옷으로 갈아 입는다. 굵은 땀방울이 검게 그을린 얼굴 위로 뚝뚝 떨어진다. 어느새 작업복도 미색(米色) 페인트로 한 겹 덧칠해졌다.

100년이 넘은 굵은 팽나무와 왕버들이 수호신처럼 서 있는 대구시 달성군 옥포읍 간경리 마을회관은 25일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떨었다. 마을회관과 바로 옆 노인회관의 빛바랜 외벽을 새로 칠해 주려고 송정건설 직원들이 찾아온 것.

도장(塗裝) 작업은 직원 9명이 꼬박 매달린 끝에 늦은 오후가 돼서야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크레인(바가지차)을 이용해 '간경리 마을회관' 글자가 2층 옥상에 새겨지자 주민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태수(65) 이장은 "회관의 칠이 벗겨지고 때가 타 보기 싫었는데 이렇게 무료로 봉사해줘 너무 고맙다"며 "국수 참과 점심 대접이 너무 소홀했던 것 같아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김순기(45) 사장이 무료 도장 봉사에 나선 것은 지난 3월. "농협에 송금하러 갔다가 우연히 농촌사랑 회원모집 안내장을 봤습니다. 아직 성공한 건 아니지만 제가 하는 일로도 농촌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성주 출신인 김 사장은 곧바로 평소 알고 지내던 김진득(50) 농협 대곡지점장에게 도움이 필요한 마을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고 며칠 뒤 달성군 구지면 오설리 노인정을 찾아 공사를 벌였다.

김 지점장은 "봉사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겠지만 정말 소중하고 값진 일이 아니겠느냐"며 "젊은분이 너무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어 반갑기 그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직원 10명뿐인 조그만 회사가 뭐 그리 큰 일을 하겠느냐"고 겸손해하면서도 "마을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모습만 봐도 즐거워 도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가겠다"고 웃었다.

"페인트라는 게 참 신기합니다. 밝은 색을 칠하면 분위기가 살아나고 어두운 색을 칠하면 금세 가라앉잖아요. 제가 하는 일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밝게 했으면 좋겠네요." 불평없이 고생해 준 직원들에게 막걸리를 받아줘야 한다며 총총 걸음을 떼는 김 사장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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