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소설을 읽고 허생원의 삶과 행동, 허생원이 자신의 아들 동이를 알아보게 되는 마지막 장면에 대해 황정아'최현정'방지희 학생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현정: 너희들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책 읽어봤어?
지희: 읽어봤어.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더라.
정아: 어떤 부분?
지희: 결말 부분에서 어떻게 왼손잡이라는 이유로 부자지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거지?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정아: 나도 그 부분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우리 나라에선 10명 중에 1명 꼴로 왼손잡이가 나타난다는데. 생각해보면 우리 반에도 왼손잡이가 3명 정도 있어. 그럼 그 왼손잡이 아이들이 같은 피를 나눈 사람들일까? 허생원이 동이를 아들로 알아본 건 단지 우연일 거라고 생각해.
지희: 맞아. 네 의견에 동감이야. 최근에는 왼손잡이가 유전이 아니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도 되었잖아.
현정: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옛날 사람들은 부자간에 쓰는 손 방향이 같으면 유전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이효석 작가가 이 소설을 쓴 당시에는 과학적 근거도 불충분한 상태였잖아. 게다가 이 글은 소설이잖아. 소설은 있음직한 일을 꾸며서 만든 허구성이 있는 글이니까 말이야.
지희: 아, 그렇게 생각하니, 네 말도 맞는 것 같구나.
현정: 그런데 허생원의 행동이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정아: 맞아. 갑자기 없어져버린 성처녀를 끝까지 찾지도 않고, 그 하룻밤으로 낳은 아들을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잘한 일일까?
지희: 꼭 그렇다고 생각할 순 없어. 동이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성처녀가 어디에 있는지도, 그녀가 아들을 낳았다는 것도 허생원은 모르고 있었잖아. 허생원은 성처녀를 동정한 것이지, 사랑한 것이 아니었으니 성처녀를 찾아 다니지 않았을 거야.
현정: 그래도 걱정되지 않았을까? 나 같으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국을 장사를 하고 다니면서 찾았을 거야.
정아: 나도 그렇게 행동했을 거야. 그래서 결국엔 동이와 함께 봉평장으로 길을 떠나잖아.
현정: 그런데 나는 책을 읽어가면서 기분이 나빴던 부분이 한 장면 있었어. 허생원은 동이가 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가 주막에서 여자와 노닥거리는 것을 보고 다짜고짜 뺨을 때렸잖아. 그게 옳은 행동이었을까?
지희: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귀한 남의 집 자식을, 설사 동이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함부로 때린다는 것은 잘못된 거야. 허생원과 조선달도 둘이서 같이 술도 마시며 노닥거렸는데 술취한 상태에서의 동이를 그런 식으로 대하는 건 인권존중에 어긋난다고 생각해!
정아: 과연 그럴까? 허생원은 조선달과 놀기만 했던 것이 아닌 것 같아. 조선달은 허생원의 동업자며 친구인데, 여행의 피로를 풀며 같이 술을 마실 수도 있는 거잖아. 거기다가 동이도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린 행동이 잘했다고는 볼 수 없잖아. 나는 오히려 허생원의 그런 행동이 잘했다고 봐. 어른이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바른 길로 인도하려고 한 것이지, 개인적인 감정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잖아.
현정: 그래. 처음엔 그 장면이 기분이 나쁘게만 느껴졌는데, 정아의 말을 듣고 보니 허생원이 동이를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마음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
지희: 아, 이 장면이 허생원과 동이가 서로 관계를 맺는 계기가 된 중요한 장면인 것 같아.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평생 장돌뱅이 생활을 한 외로운 허생원의 삶의 애환과 이러한 힘든 삶을 버티게 해준 혈육의 정이 아닐까?
현정: 그렇구나. 우리가 읽은 '메밀꽃 필 무렵'은 이효석 작가의 사상을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잘 드러내고 있는 좋은 소설인 것 같아.
정아: 너희와 이야기를 하고 나니까, 책을 읽을 때에는 몰랐던 작가의 의도와 이 소설의 여러 가지 측면에 대해 좀더 깊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
지희: 나도 그래. '메밀꽃 필 무렵'과 비슷한 구성을 가진 소설을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나는 여기에 관한 소설을 좀더 읽어 보고 싶어.
정리'황정아기자(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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