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릴레이 이런 삶-이현경 국민은 강변역 지점장

고객과 쉽게 친해지는 '부담없는 아줌마' 죠

서울지하철 2호선 강변역 인근에 있는 국민은행(KB) 강변역지점은 작고 아담했다. 작은 공간에 은행 직원과 고객이 가득했지만 번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올 초부터 이 지점의 '어른'이 된 이현경(李賢卿·45) 지점장도 강변역 지점처럼 아담하다. 아니 강변역 지점이 이 지점장을 닮았는지도 모른다.

그는 지점장실에 들어서는 취재진을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웃음이 지워지지 않았다. 인터뷰하는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내내 그랬다.

고객들은 이런 이 지점장을 '부담없는 아줌마'로 부른다고 한다. 스스로도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않고 쉽게 친해지는 친화력이 강점이라고 했다. 은행 통폐합과 구조조정이란 칼바람 속에 당당하게 살아남아 은행원의 꽃이란 지점장이 된 힘일 게다.

그는 성주군 월항리에서 나서 자랐다. '한개마을'이다. 지명으로 보면 마을에 '큰(한) 개울(개)'이 있나보다.논밭과 과수원이 있는 집안의 6남매 중 외동딸.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랐고 공부도 잘했다. 경북대 법대에 진학했는데 학생 40명 가운데 그가 유일한 '홍일점'. 당연히 인기가 좋았고 남학생들의 보살핌을 받았다. 남학생들이 여학생의 말을 잘 들을 것이라며 부추겨(?) 과대표까지 했다. 늘 '꽃'이었으니 참 욕심많은 사람이다.

법조인을 꿈꾸던 그는 모의재판도 해보고 고시원에 들어가 사법시험 공부도 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서인지 법조계에 가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이 두려웠다. 취직할 궁리를 하던 차에 우연히 학과 사무실에서 국민은행 원서를 보고 냅다 지원해 은행원이 됐다.

늘 바쁜 와중이지만 그와 남편인 김석우(50) 한국기술교육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키는 철칙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을 찾아 뵙는 것. "공기가 좋아서인지 양가 부모님이 모두 건강하세요. 효도라고는 얼굴을 많이 보여드리는 것밖에 할 것이 없어 고향에 갑니다."

고향행 차량엔 아들(고3) 딸(중2)도 동승한다. 지난해부터 아들은 대입 준비 때문에 빠졌다. 중학생만 되면 명절 때도 학원 간다며 자녀를 집에 남겨두는 요즘 부모들과 사뭇 다르다.

매달 찾아오는 아들 며느리, 딸 사위를 부모들이 싫어할 리 없다. 큰 시숙인 김광우 성광택시 대표가 모시고 사는 시아버지가 이런 둘째 며느리를 예뻐하자 큰 동서는 "아버님은 둘째 동서만 좋아하신다"며 가끔 웃으며 불만을 털어놓는다고 한다. 그들의 한 달 만의 해후는 상상만 해도 참 정겹고 아름답다.

이 지점장은 시골에서 태어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시골에서 티없이 자란 것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됩니다. 서울에서 나서 자란 사람보다 인적 네트워크는 다소 부족할지 몰라요. 하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 한켠에 간직하고 사니 삶의 질은 훨씬 높을 겁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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