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3시쯤 북구 산격동 산격대교 인근. 다리 아래 금호강을 따라 뻗어 있는 자전거 도로옆 텃밭에 민정기(62)씨가 보자기 하나를 들고 서있다. 애지중지 들고 온 보자기 속에서는 한 무더기의 돌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돌을 하나씩 주워 밭 주변의 돌탑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돌을 쌓은 지 30여 분쯤. 민씨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한 뼘이나 높아진 돌탑의 형상을 보며 얼굴 가득 웃음이 넘친다.
민씨의 돌탑 쌓기는 하루에도 두서너 차례 계속 된다. 그렇게 쌓아올린 돌탑이 벌써 15개. 다양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수 천 개의 돌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높이 1∼1.5m의 돌탑들은 산책 나온 시민들의 눈에도 신기하게 비쳐진다. 민씨는 이날도 쌓다 만 3개의 돌탑을 쌓으러 작업장(?)에 나온 것이다.
"돌을 하나씩 올리다보면 시름이 없어지지." 민씨는 하나씩 돌을 쌓아올린 이 탑들이 고단한 심신을 달래주는 커다란 위안처가 된다고 했다. 2년 전 위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아야 했던 민씨. 암 덩어리는 제거했지만 머리 속에 남아있던 암의 흔적은 그를 계속 괴롭혔다. "수술 후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건강을 위해 운동삼아 시작한 일이 이젠 하루일과가 됐지."
민씨가 돌탑 쌓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부터. 가족이 가꾸고 있는 텃밭에 널려 있는 돌들을 한 곳에 모아 하나둘씩 쌓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제는 하루라도 돌을 쌓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돌탑 쌓기에 푹 빠져있다. 새벽 5시, 서서히 세상이 밝아올 때 쯤이면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돌며 주먹만한 돌들을 수집한다. 비바람이 심하게 불 때면 혹시 '공든 탑이 무너질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조금씩 돌탑이 높아지면서 산책 나온 시민들의 눈에도 띄게 됐다. 더러는 돌탑을 둘러보기도 하고 작은 돌멩이 하나를 주워주기도 한다.
성치 않은 몸을 염려해 처음에는 가족들도 반대했다. "그걸 왜 쌓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민씨는 "돌 쌓는 것이야말로 한번에 하나씩, 그리고 욕심을 내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해준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돌탑은 금새 무너져 버리기 일쑤고 한꺼번에 높이 쌓으려 욕심을 냈다간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 "모양이 예쁘고 큼지막한 돌을 보면 가져오고 싶기도 하지만 그것은 욕심이지. 금호강 자전거길 조경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
아직은 이 돌탑들이 무너져 내린 적은 없다. 거센 비바람에도 끄떡없었던 것도 돌 하나 하나에 정성을 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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