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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만들면 있다" 구미 시니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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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긍지의 '제2막' 스스로 찾는다

"노인이 폐휴지를 줍는다고 얼굴 깎이는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부심이 생깁니다. 남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스스로 자립하겠다는 의지로 일자리를 찾으면 지천에 널렸지요."

지난 8일 오후 구미시니어클럽(구미시 도량1동)에서 운영 중인 '은빛 나눔가게'. 네댓명의 60, 70대 노인들이 클럽 재활용팀에서 수거해온 의류나 중고 컴퓨터·세탁기·TV 등 생활용품들을 수선하거나 손질하느라 바쁘다.

일부 노인들은 새 상품으로 변신한 물건들을 팔기 위해 진열대에 보기좋게 내놓는다. 또 찾아온 손님들에게 "얼마 쓰지 않은 신모델로 전혀 손색이 없습니더. 그냥 절반 값에 가져 가이소"라며 혹여 손님을 놓칠세라 안간힘을 쏟는다.

구미시니어클럽(관장 김요나단·성공회 신부)은 기업체나 공공기관 퇴직자 등 노인들이 몰려들어 항상 북적인다. 노인들에게 공공근로 등 단순 일자리가 아닌 새로운 신규사업을 수시로 개발해 제공하고 있기 때문.

구미시니어클럽은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일자리를 희망하는 만 55세 이상의 구미지역 노인 150여명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 활기찬 노년을 되찾아주고 있다. 앞으로 2, 3년후에는 5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주로 간병·산후조리·컵 자동세척·공동작업·재활용·은빛나눔가게·인력 파견·영농조합사업 등의 시장참여형 사업과 숲생태·문화유산 해설사업과 노인상담·사랑의 고리사업 등 사회참여형 사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특히 회원들 상당수는 전직 교사, 공무원, 기업체 임원 등 화이트칼라 출신들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재활용사업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김종화(64·가명)씨 부부는 둘 다 교사 출신이다. 이들 부부는 "평생을 교단에 섰다"며 클럽 내 교육사업을 마다하고 또 다른 직종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새로운 인생체험을 하고 있다.

숲생태 및 문화유산 해설사업에는 전직 시의회 의장과 교장, 시청 과장 출신 등 전문직이나 사무직 종사자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3개월의 전문교육을 수료한 후 초·중·고 학생들을 상대로 해설가로 나서고 있다.

안외자(48) 부관장은 "올해 팔순을 맞은 한 면장 출신 회원은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며 "노인들 상당수가 돈보다도 보람과 긍지를 느끼면서 건강을 다지는 등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생활이 넉넉지못한 여성 노인들의 경우 간병인이나 산후조리사업에 참여해 한달 평균 80만∼100만 원 정도를 거뜬히 벌어 생활비에 보탠다. 영농조합에 참여한 노인들은 올해 수박(600평), 양파(1천평) 농사를 벌여 1천여만 원의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버스기사 출신인 박수갑(71)씨는 "매일 이른 아침 트럭을 시내로 끌고 나와 모은 폐휴지, 고장난 컴퓨터, 헌옷가지 등 재활용품으로 돈을 버는 일이 즐겁다"며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도 챙기는 등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오영재(49) 은빛나눔가게 사업팀장은 "공공근로 확대 등으로만은 노인 일자리 창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우선 노인이 경제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노인인력 지원기관 확대 등 노인 일자리 기반사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사진설명:1>구미시니어클럽 은빛나눔가게에서 노인들이 재활용 의류를 손질하거나 판매활동을 벌이는 도중에 한데 모여 환히 웃고 있다. 왼쪽부터 첫번째가 안외자(48) 부관장, 다섯번째 오영재(49) 은빛나눔가게 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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