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비슬산의 도끼자루

얘야, 우리가 지금 오르고 있는 이 비슬산은 매우 유명한 산이란다. 이 근처의 웬만한 학교의 교가에는 다 이 산 이름이 들어가 있을 정도니까……. '비슬산 정기 받아~' 하고 말이야.

산이 아름다운 만큼 전설도 많이 품고 있어. 신선들이 바둑 두는 것을 들여다보다가 그만 도끼자루가 썩어버리는 바람에 빈 몸으로 내려왔다는 나무꾼 전설도 있어. 이 도끼자루 전설은 웬만큼 유명한 산에는 다 있단다. 금강산에도 만폭동 너럭바위 옆을 지나던 한 늙은 나무꾼이 신선들이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을 들여다보느라 그만 정신을 잃고 마는 이야기가 있어. 바둑 놀이가 끝나자 신선들이 모두 하늘로 올라가자 그제서야 나무꾼은 일어나서 옆에 놓아두었던 도끼를 찾아보았는데 그만 자루가 모두 썩어 들어올릴 수 없었다는 것이지.

충청북도 괴산에도 선유구곡이라는 깊은 골짜기가 있는데 이곳에도 도끼자루 전설이 전해지고 있단다. 이 나무꾼도 금강산의 나무꾼처럼 바둑놀이를 구경하다가, 집에 와 보니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낯설더라는 것이야. 잠시 산에 갔다 왔는데 벌써 150여 년이나 지나서 자기의 5대손들이 어른이 되어 있더라는 것이지.

모두 아름다운 곳에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비슬산에도 이와 똑같은 도끼자루 전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앞서 두 산과 마찬가지로 매우 아름다운 산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비슬산은 이름도 아름다워. 비슬산의 비슬(琵瑟)은 옛 서역에서 중국을 통해 우리 나라에 전해진 현악기 비파를 가리킨단다. 즉 비파를 연주할 때에 밖으로 내어타면 비(琵)요, 안으로 들여타면 슬(瑟)이라고 하니 모든 일의 조화를 뜻하지. '부부 금슬이 좋다.'고 할 때에도 이 '슬'이 쓰인단다. 산꼭대기의 바위 모습이 이 비파를 연주하는 모습이어서 비슬산이라고 불렀다고도 하는데 인도의 범어인 '비슬'을 한자로 바꾸어 쓰면 '포(苞)'가 되므로 '포산(苞山)'이라고도 부른다는구나.

뿐만 아니고, 세상이 처음 생겨날 때에는 사방이 온통 물바다가 되었는데 이 비슬산은 매우 높아서 물이 차지 않은 곳이 있었는데, 그 곳 바위에 배를 매었대. 그 '배바위'의 생김새가 마치 비둘기처럼 생겨서 '비들산'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 '비슬산'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전설도 있어.

어른들이 모으는 수석 중에 물형석(物形石)이라는 게 있는데 다른 사물의 모습을 닮은 돌을 말해. 즉 이리 보면 황소요, 저리 보면 사람처럼 보이는 등 보는 방향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다르게 보이는 돌이 좋다는 것이지.

산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니? 그 산에 얽힌 전설이 많을수록 좋은 산이지. 산에 얽힌 전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산의 품에 안기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니까!어때, 너도 이 비슬산뿐만 아니라 다른 산에 대해서도 그 전설을 많이 조사해 보렴. 그럼 더욱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니…….

심후섭(아동문학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