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재혼 가정의 10대 남매가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새엄마의 꾸중이 방아쇠 역할을 했다지만, 우리 사회도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모가 재혼하면 아이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남의 집 아이들과 형제자매가 되고,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어른을 부모로 맞아야 한다. 이런 변화는 아이들에게 심리적 문제를 파생시킬 가능성을 다분히 안고 있다.
'스텝맘'은 의붓어머니, 계모라는 의미다. 이 영화는 재혼 가정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재키 부부는 이혼을 했다. 사춘기 딸 애나와 아들 벤의 양육 문제로 만날 뿐이다. 그러던 중 아빠가 재혼을 한다. 한때 부부였던 사람이 상대의 새 배우자를 볼 때, 어떤 심정일까. 친엄마는 일방적으로 아이들의 편을 들거나 옹호하는 등 심리적 균형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아이들은 새엄마를 미워한다. 엄마와는 그렇게 싸움만 하던 아빠가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도무지 이해될 수 없는 일이다. 7세 아들이 아빠에게 묻는다. "엄마 아빠는 왜 따로 살아요", "엄마 아빠는 자꾸 싸움만 하기 때문에 따로 산단다", "나도 누나랑 매일 싸우는데, 집 나가야겠네요" 라고 한다. 아빠의 재혼으로 모두는 복잡한 문제에 빠져든다.
새엄마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이지만, 아이를 돌보는 데는 아무 기술이 없다. 그러나 본처와도 잘 지내려고 하고, 자기를 따돌리는 애나를 이해하려고 무던히 애쓴다. 남편에게 가장 소중한 아이들을 어쨌든 받아들이자는 각오다. 아이들에게 강아지도 사주고, 동화책도 읽어주고, 노래도 해주며 친해지려고 한다.
그러나 딸 애나는 노골적으로 새엄마를 미워한다. 아빠 사랑의 경쟁자가 나타난 것이다. 아빠, 새엄마와의 삼각관계가 시작된다. 친엄마와의 동일시를 통해 극복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재현된다. 딸은 새엄마와의 오이디푸스적 갈등에 직면하면서, 상대는 자신이 싸워 이기기에는 너무 강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결국 새엄마와의 동일시를 통해 갈등을 극복해 나간다.
애나를 놀려대는 남자 친구가 있었다. 친엄마는 충고한다. 그런 것쯤은 무시하고 상대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애나에겐 남자 친구의 놀림이 너무 속상했다. 이때 젊은 새엄마가 해결사로 나선다. 남자 친구를 향한 시원한 복수법을 알려주고, 멋진 남자 친구까지 물색해서 등장시킨다. 애나는 새엄마에게 항복한다.
미국에서는 첫 결혼의 60%가 이혼을 하며, 그 중 75%는 3, 4년 내에 재혼한다고 한다. 비셔 부부는 '복합가정의 치료'라는 저서에서 복합가정은 구조적으로 상이하고, 가정에 대한 충성심의 부재, 복합가정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 두 가지 부모상의 존재 등 일반가정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도 이혼율의 증가로 점차 재혼 가정이 초혼 가정의 수를 넘어서게 되고, 재혼이 이미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가족형태가 되고 있다. 이혼 당시 20세 미만의 자녀를 두고 있는 경우가 70.3%로, 소아 청소년의 발달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이젠 재혼의 개념이 과거처럼 결손 가정이라든지, 일류가 아닌 이류가정이라는 식의 편견은 적절치 않다. 성숙한 대안이 시급하다.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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