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폭언' 논란 이후 신풍속 '술집에선 쉿~'

"이젠 술자리에서 말도 함부로 못하겠네!"

술자리 폭언 논란 이후 주당(酒黨)들의 술자리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자칫 과격하게 이야기했다가는 엉뚱한 '주화'(酒禍)로 엄청난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

회사원 이재운(29·대구시 북구 복현동) 씨는 "술자리 폭언 파문 후에는 술자리에 참석한 사람 모두 말 실수를 하지 않을까 바짝 신경을 곤두세운다"고 털어놨다. 별말 아닌데도 누가 없나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술에 취해 도에 넘는 행동을 하지 않을까 과음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해졌다는 얘기다.

공무원 공희석(44·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씨도 "술자리에서 한 얘기가 공론화될 수 있다는 게 이번 사건의 교훈인 것 같다"며 "주당들이 그날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술자리마저 이젠 조심스런 자리가 됐다"고 한탄했다.

한 애주가는 "예전엔 술자리에서 오고 간 이야기는 그 자리에서 묻어주고, 술집 주인이나 종업원들도 나름대로 술자리 비밀을 지켜주는'의리'를 지켰다"고 말했고 20년 이상 술집을 운영했다는 이모(54) 씨도 "술자리에서 손님들이 한 이야기나 행동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게 이 업계 종사자들의 '불문율'이었다"며 "이번 사건으로 손님들이 언행을 매우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주당들은 "술집에 가면 종업원들이나 주인에게 별다른 생각없이 막말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마음이 편했던 술자리마저 언행을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분위기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1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