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무뇌아를 낳고 보니 산모는

몸 안에 공장지대가 들어선 느낌이다

젖을 짜면 흘러내리는 허연 폐수와

아이 배꼽에 매달린 비닐끈들.

저 굴뚝들과 나는 간통한 게 분명해!

자궁 속에 고무인형 키워온 듯

무뇌아를 낳고 산모는

머릿속에 뇌가 있는지 의심스러워

정수리 털들을 하루 종일 뽑아낸다

최승호(1954∼ ) '공장지대'

시인은 예언자라고 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일들을 시인은 시작품을 통해서 미리 알려주고 예측하기도 합니다. 앞날의 일을 환히 알고 계시는 신은 시인을 통하여 이런 정황을 미리 귀띔해 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시인이 그리고 있는 현실은 어느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반적인 일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사람이 마음 놓고 편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의 터전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정치의 방향이겠지요. 하지만 지금의 정치는 이런 위기에 눈을 감고 있습니다. 아예 손을 놓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비닐 끈으로 만들어진 탯줄을 달고 태어나는 뇌가 없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로 가득 채워질 세상의 미래를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끼칩니다.

하지만 너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이렇게 될 것을 크게 염려하는 마음으로 시인이 이렇게 쓴 것이니까요. 정말 우리는 환경문제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생활 속에서 준비하며 실천해나가는 삶을 살아가야겠습니다.

이동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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