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바람길 다 막혔다"

열대야 일수 증가·열섬현상 '이유 있었네'

1인당 녹지 비율이 전국 최고수준인 대구가 도시열섬(Urban Heat Island)이 가속화하고 열대야 일수가 늘고 있는 것은 도시 바람길(風道)이 막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영남이공대 최영식 교수는 최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환경수도 조성을 위한 나고야선언' 심포지엄에서 대구시가 2000년 이후 이상고온을 보이는 것은 '풍도 막힘'현상이 주 요인이라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최 교수는 최근 들어 대구시의 도시열섬 현상이 시 중심지에서 달서구, 북구, 수성구까지 확대되고 2000년 이후 예년에 없던 열대야 일수가 연간 20일을 넘기는 등 이상고온을 보이고 있는 것은 도시확장과 무분별한 도시계획으로 대구시의 바람길이 막혔기 때문이라는 것.

대구시는 1인당 숲 면적이 9.3㎥로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넓은데도 올해 16일, 2001년 26일 등 열대야 일수가 가장 많고 여름 저녁에도 30℃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대구시의 주 바람길인 동구 팔공산 방면, 수성구쪽 가창골과 앞산, 북구 금호강변, 달서구 낙동강변 등 주요 길목이 대단위 아파트 단지 조성으로 대기 흐름이 차단됐기 때문이라는 것.

북구 칠곡의 경우 팔달교를 지나자마자 아파트숲이 조성돼 있고 달서구 월배, 강창, 성서지역 낙동강변이나 산 인근은 물론 북구 검단동, 동구 팔공산 초입에는 모두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상태다.

특히 도시중심의 열섬현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가창골의 경우 신천변을 중심으로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찬 공기를 차단하고 있고 40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 및 주상복합건물이 2~3년간 집중적으로 건립될 예정이어서 도시열섬 및 열대야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최 교수는 분석했다.

또 아파트 건폐율을 높이기 위해 대구시에서는 'ㅁ'자형 아파트 단지로 조성돼 선진국에서 일반적인 'ㅡ'자형 아파트에 비해 공기 순환을 막고 있다.최 교수는 "대구시의 도시계획이나 건축심의는 교통영향평가에만 매달려 있다"며 "건물의 높이, 바람길, 방위 등도 도시정책을 반영하지 않으면 도시열섬과 열대야는 더 늘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도시 풍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자 계명대 환경기술개발센터는 3일 '도시건설을 위한 바람길 도입'을 주제로 한·독 심포지엄을 여는 등 학계 및 전문가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대구시의 주요 바람길을 막고 있는 북구, 달서구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수성구 신천변에 들어설 초고층 아파트. 대구시의 주요 바람길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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