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자로 참여정부의 지역균형 발전전략은 종언을 고했다.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를 완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이다. 비수도권의 반발이 거셌으나 예정된 시나리오는 변경되지 않았다. 이로써 지방분권을 모토로 집권한 노무현 정권의 정체성도 소멸됐다.
비분과 참담함이 교차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그렇게 될 일이었다. 패배와 냉소주의가 아니다. 모든 국가발전 전략을 수도권 인사들이 결정하는 터에 비수도권이 맨주먹으로 무얼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넋을 놓고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 위기는 곧 기회다. 오히려 잘 됐다. 비수도권은 이제 독자적인 발전전략을 마련하고 정부에 비수도권의 몫을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시혜를 바라고 비굴하게 굴던 자세도 버려야 한다.
무엇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지금은 한정된 가용 자원을 정부가 혼자서 떡 주무르듯 배분하던 개발 독재시대가 아니다. 따라서 민간투자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을 제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지역균형발전을 외치던 노 정권조차 정부 규제로 인해 투자가 위축돼 성장에 차질을 준다는 논리에 굴복해 결국 수도권 규제를 해제했다.
하지만 수도권으로 몰리는 민간투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수단은 얼마든지 있었다. 비싼 땅값과 교통혼잡, 주택난 등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불리함이 수두룩한데도 수도권에 민간투자가 몰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수도권만큼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이 없기 때문이다. 본란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한 공공투자만 줄여도 민간투자가 비수도권으로 분산될 수 있다.
비수도권 공공투자를 확대하려면 지방정부는 자치권 확대와 함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세원을 함께 관리하는 공동세 도입 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돈이 있어야 사업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좁은 국토를 더욱 좁게 쓰는 수도권 정책입안자들의 힘을 제어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이를 위해선 비수도권의 정치적 힘이 커져야한다. 따라서 수도권 규제 해제를 수수방관한 비수도권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 지역구 선거구민들의 생존을 나 몰라라 팽개치는 마당에 표를 줄 수는 없지 않은가.
비수도권 지방정부도 반성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그저 중앙정부만 쳐다보고 부스러기 예산 몇 푼 쥐어주는 것에 일희일비하며 자생력을 키우는데 소홀해 왔지 않은가. 민간투자가 유인될 수 있는 인프라조차 구축하지 않고 민간 및 외국인투자 유치가 어떻게 가능한가.
정보화 시대를 맞아 정보유통의 속도가 빨라지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전 세계의 자본이 적정이윤을 얻을 수 있는 지역을 찾고 있다. 따라서 양질의 노동력과 값싼 땅, 편리한 물류기반 등 인프라만 갖추면 해외투자 유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일랜드가 대표적 사례다. 수도권에만 몰리는 국내 대기업 투자에 목을 맬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구'경북이 부족한 인프라는 무엇인가. 첨단제품 수출입의 관문인 국제공항 건설이 가장 시급하다. 만성적 인재유출의 악순환도 국제공항이 없어 우수 인재들을 머물게 할 국내외 대기업 및 연구소 유치가 어려운 탓이다. 따라서 영남권 신 국제공항 건설을 수도권 규제 해제의 반대급부로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정부가 인천공항의 동북아 허브 공항화에 전력투구하고 있어 해결이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부산'경남과 공조해 화물전용 국제공항으로라도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 해제는 자생력을 키우지 않고 시혜만 바라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비수도권에 일깨워 주었다. 11월 29일을 새로운 지방 분권운동의 출발점으로 삼는 각성이 필요하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