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肥滿 다스리기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어느 날 홍콩의 유명 양복점 샘스 테일러에서 양복 아홉 벌과 재킷 두 벌을 주문했다. 양복 값은 일시불로 무려 1만3천 달러였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등 세계적인 명사들의 단골집이라는 유명세에다 파바로티의 몸집이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그의 양복을 지으려면 보통사람보다 옷감이 훨씬 더 들어가겠지만, '유지비'가 많이 들기는 어디 한두 가지이겠는가. 살이 찌면 도처에서 푸대접 받기 일쑤다.

◇ 어느 사회학자는 '다이어트는 신흥종교'라고 했다. 어떤 이데올로기나 국가의 이익보다도 우선하는 인류의 선결 과제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사정으로 '살빼기'는 이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또 하나의 전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직도 제3세계에선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성인병의 원인이 되고 '허리 둘레는 수명과 반비례한다'는 경고 앞에 전전긍긍하고 있지 않은가.

◇ 우리나라에선 소득 수준이 낮은 시골 여성의 비만이 심각하다고 한다. 인제대 오상우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월 건강보험료를 2만 원 이하 내는 저소득층 여성들의 평균 비만율이 25.3%다. 10만 원 이상 내는 최고소득층보다는 5% 포인트나 높다. 또한 군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광역시 여성보다도 비만율이 5% 정도 높게 나타났다.

◇ 남성과 여성 모두 비만환자가 늘어나는 건 일반적인 추세다. 그러나 그 사정은 성별과 계층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남성은 소득이 많을수록 비만율이 높으며, 주거 지역에 따른 차이도 거의 없어 여성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 현상이 말하듯이, 여성이 남성보다 비만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이 분명하다. 시골 여성이나 저소득층에 비해 도시 여성이나 고소득층이 그런 것도 마찬가지다.

◇ 비만 때문에 죽음에 이른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 심각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는 점은 문제다. 특히 남성들은 대부분 외모에 신경이 쓰일 뿐, 암이나 일반 질병과는 달리 당장 고통이나 아픔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한다. 비만 다스리기는 개인적으로는 물론 정부 차원의 정책이 시골과 저소득층까지 확산될 수 있기 바란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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